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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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수행의 끝에 찾아온 ‘깨달음’ 의 세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성급한 마음이 잦아든 뒤라야 비로소 연잎 향이 깊이 스민 밥을 먹을 수 있다하니 어쩌면 연잎밥은 모진 세월을 참고 견딘 후 비로소 깊은 깨달음을 얻는 사람의 인생과도 닮아있다. |
천여년 전 옛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로 화려한 영화를 누렸던 부여.
망국의 한이 서린 백마강 줄기 따라 의자왕, 계백장군, 삼천궁녀의 슬픈 이야기가 흘러가는 곳 역시 부여다.
찬란하고도 서글픈 역사가 깃든 부여의 7월은 서동과 선화공주의 아름다운 로맨스보다 더욱 아름다운 소식이 전해진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활짝 피어난 연꽃이 그 주인공. 더위도 잊게 만드는 한 여름 연꽃들의 향연을 감상하고 싶다면, 지금 부여로 향해보자. 찬란했던 부여의 역사 속에서 꽃피운 연꽃의 진한 풍미를 입 안 가득, 가슴 가득 즐길 수 있는 ‘연의 모든 것’ 이 준비되어 있으니.
# 연꽃으로 다시 피어난 사랑의 연못‘궁남지’
 7월에서 8월이 되면 궁남지는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연꽃 천지로 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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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의 매력 1번지는 단연 궁남지다. 삼국사기 기록에 따르면 궁남지는 무왕 35년에 궁의 남쪽에 못을 파고 20여리나 되는 곳에서 물을 끌어들여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고 못 한가운데에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선산을 모방한 섬을 만들었다고 한다. 빼어난 조경미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인 궁남지는 서동이었던 무왕이 신라에서 시집 온 선화공주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 흐드러지게 핀 연꽃 사이로 배를 띄우고 함께 놀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사랑의 연못’ 으로도 유명하다.
# 입안 가득 넘치는 연꽃의 향, 마음으로 맡는 향기로운 울림
과거에는 꽃도 먹을거리였던 적이 있었다. 심심풀이 땅콩 대신 동네 뒷산에 올라 아카시아 꽃잎을 따먹기도 했고, 학교 담장에 옹기종기 피어있는 사루비아 꽃의 단물을 빨아먹기도 했다. 봄이면 광주리 한 가득 진달래를 따 온 동네 사람들이 화전을 부쳐 먹기도 했을 정도로 꽃은 식감을 자극하는 요리 재료였다. 보기에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했던가. 요즘에는 아예 식용으로 먹는 꽃을 키우는 농가가 늘어났을 정도다. 그런데 꽃이 아닌 잎까지 조리하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부여의 연잎밥이다
|  버릴게 하나 없는 연꽃. 그중에서도 연잎은 많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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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락모락 김나는 찰진 밥 속속 숨겨진‘기다림의 선물’
 옷을 여민 듯 겹겹이 연잎으로 싸여진 연잎밥. 늙은 잎으로 해야 맛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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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작용과 함께 피를 맑게 해주는 연잎은 비타민 B 복합체가 풍부할 뿐 아니라 철분이 함유되어 있으며,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이 풍부하여 저혈압에도 좋은 음식이다. 또한 불교에서 장수, 건강, 명예, 행운 등을 의미하며 극락세계를 상징하기도 하거니와 연잎밥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도 오랜 수행을 강조하는 불교의 가르침이 담겨있다 하니 맛 뿐만 아니라 그야말로 먹는 의미 또한 남다른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찰진 밥을 베어물면 그윽한 향이 가득 |  연근과 연잎조림 등 연요리가 한 상 푸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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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여민 것처럼 잘 익은 연잎을 벗겨내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찰진 밥을 한 숟가락 떠 넣으며 천천히 씹으면 그윽한 연의 향이 입안 가득 차오른다. 이게 바로 보약이구나 싶다. 연잎밥은 소금기가 있고 찹쌀의 찰기에 연잎의 향이 배어있어서 반찬 없이도 먹음직하다. 허나 연잎밥 외에도 연근과 연잎조림, 연근을 이용한 짱아찌, 물김치, 초저림, 전 등 한상 가득 연 요리가 차려나오니 골라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입 안 가득 연꽃의 향기를 머금을 수 있는 연잎차를 마시며 연꽃의 여운을 즐겨보면 어떨까.
연은 입 뿐만 아니라 눈도 만족시킨다. 바로 서동연꽃축제가 그것이다. 올해의 축제는 7월 10일부터 19일까지 열릴 예정인데, 궁남지 주변 2만 5천 평에 식재한 연과 야생화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는 것이 축제의 백미. 또한 세계희귀연, 수생식물 기획전, 연꽃주제관, 연꽃 사진전 등 볼거리와 함께 부여의 연을 이용한 연잎밥, 연차 등 백제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 부소산 따라 걷는 걸음걸음 백제의 역사가 오롯이
궁남지의 연꽃으로 눈이 즐겁고, 연잎밥으로 입이 즐거웠다면, 본격적인 백제 역사 기행에 나서보자. 부여의 진산이자, 백제시대 때 평상시에는 궁궐의 후원으로 전쟁 시에는 최후의 성곽으로 이용된 부소산.
 백마강 따라, 황포돛배 따라 찬란했던 백제의 역사는 흐르고 또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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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나당연합군이 침입하였을 때 죽음으로 절개를 지킨 백제 여인들의 아름다운 숨결이 느껴지는 낙화암을 비롯, 고란약수로 유명한 고란사, 아직도 포곡식과 테뫼식의 산성 흔적을 볼 수 있는 부소산성,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국정을 계획했던 영일루, 백마강에 잠기는 달과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며 하루를 되돌아보는 사자루, 백제 삼충신(성충, 흥수, 계백)의 숭고한 넋을 기리는 삼충사 등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있다. 부소산성 주차장 옆 구드래 나루터로 가면 낙화암이나 고란사로 가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데 편도 티켓을 이용, 낙화암까지는 유람선을 이용하고 이후 고란사, 사비루, 군창지 등 부소산성 일대의 백제 문화 유적지는 여유 있게 걸어서 돌아보는 것이 좋다.
# 낙화암 아래 백마강 절벽에 아로새겨진 붉은 충절
 비운의 왕과 삼천궁녀들의 슬픔이 새겨진 낙화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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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화암의 백화정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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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만나는 곳은 부소산 북쪽 백마강을 내려다보듯 우뚝 서 있는 바위 절벽이 낙화암이다. 낙화암은 백제가 무너지는 날 백제의 여인들이 적군에게 잡혀 치욕스런 삶을 이어가기 보다는 충절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백마강에 몸을 던졌던 곳으로 삼국유사는 기록하고 있다. 훗날 그 모습을 꽃이 떨어지는 것으로 비유해 낙화암으로 불리게 되었다. 백마강에서 바라보면 아직도 절벽 색깔이 붉은데 당시 백제 여인들이 흘린 피로 물들었기 때문이라는 전설이 전해온다.
 녹음에 휩싸인 고란사, 경내가 조용하고 그윽하다 |  고란사의 명물은 고란약수, 명약수로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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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암 아래 백마강가 절벽에 약수로 유명한 고란사도 있다. 그 옛날 낙화암에서 떨어져 죽은 백제여인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건립된 사찰로 절 뒤쪽바위에서 자라는 고란초에서 유래해 절이름을 고란사라고 했다. 백마강을 바라보는 주변 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곳으로 백제시대 임금은 항상 고란사 뒤편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약수를 애용하며, 매일같이 사람을 보내 약수를 떠오게 하였는데 약수터 주변에서 자라는 고란초를 띄워오게 하여 고란약수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한다. 이 약수를 즐겨 마신 덕에 임금은 원기가 왕성하고 위장병은 물론 감기도 안 걸리고 살았다고 전해진다. 고란사 위쪽으로는 약 50m의 깎아질듯한 절벽이 낙화암을 받치고 있는데 절벽 아래에는 조선시대 학자인 우암 송시열 선생이 쓴 ‘낙화암(落花岩)’ 글씨가 붉게 한자로 새겨져 있다. 또 강가의 절벽이 마치 그림 병풍과 같아서 백제왕이 매번 놀고 잔치하고 노래하고 춤을 추어 지금도 대왕포라고 부를 정도로 풍경이 아름답다.
<부여의 가볼만한 곳 더 보기>
<축제 즐기기>
△ 제 7회 부여서동연꽃축제 안내
- 일시 : 2009년 7월 10일~ 7월 19일까지
- 장소 :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서동공원 일원
- 주요 행사 : 서동선화나이트퍼레이드, 다채로운 퍼포먼스, 체험과 전시, 사랑이벤트, 웰빙 굿뜨래판매장
- 문의 : 부여군청 문화관광과 041-830-2828
<여행안내 >
◎ 연잎밥 추천 식당 : 맛집으로는 백제의 집(041-834-1212)와 백제향(041-837-0110)등이 있다. 가격은 연잎밥 정식이 1만원 정도.
◎ 궁남지로 가는 방법
1) 서해안고속도로 - 홍성 IC - 청양 - 부여 - 궁남지
2) 경부고속도로 - 천안 JCT - 천안 논산고속도로 - 서논산 IC - 부여 - 궁남지
※ 문의 : 부여군 사적지관리사무소 041-830-2512
◎ 부소산성 탐사코스
1) 사비문(매표소) - 삼충사 - 영일루 - 군창지(또는 태자골 숲속 길) - 반월루 - 궁녀사 - 사자루 - 낙화암(백화정) - 고란사 - (유람선) - 구드래공원
2) 구드래공원(배타고) - 고란사 - 낙화암(백화정) - 사자루 - 반월루 - 군창지 - 영일루 - 삼충사 - 사비문
※ 문의 : (사비) 041-830-2527, (후문) 041-830-2524
-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