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명품 조개' … 찬 바다의 깊은 맛이 살점에 스며들다!
홍성 남당리 새조개
마치 하늘을 나는 새처럼, 물 속을 슈퍼맨처럼 헤엄쳐 다니는 새조개. 그 옛날 아이들이 먹으면 새가 되어 날아간다고 어른들이 엄포를 놨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요, 그 맛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을 만큼 식탐을 들들 끓게 만들었던 음식이었다. 한 번 맛보면 누구라도 사로잡힌다는 새조개는, 안타깝지만 강산이 몇번이나 바뀐 지금도, 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야만 맛볼 수 있는 "귀족조개" 로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이한 이름만큼 귀한 것 또한 새조개, 새조개는 샤브샤브가 최고로 맛있다
새인가 조개인가, "누구냐, 넌!"
그 생김을 가만 들여다보자면, 영화 '올드보이' 에서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있던 주인공 오대수(최민식 분)가 던진 명대사 "누구냐 넌!" 이라는 말이 퍼뜩 떠오른다. 가만히 있을 때는 크기나 모양에서 평범 한 조개의 모습과 비슷하나,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마치 먹이를 쪼려는 듯 진한 초콜릿 빛 부리를 쑤욱 내민다. 바닥에 놓으면 파닥파닥 튀어 오르려는 모습을 봐서는 영락없는 새. 기자처럼 손맛을 느껴보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한번 만졌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속살에 놀라 줄행랑치는 경우도 많다 한다. 특이한 이름만큼, 특이한 모양만큼, 귀한 것 또한 새조개다. 얼마나 귀했으면 웬만한 사람에게도 붙이기 힘든 "귀족"이란 말을 한낱 조개한테 붙였을까 싶다. 일단 새조개는 양식이 불가능하다. 또 한 청정갯벌인 간월도 지방에서만 잡힌다. 얼마나 까다로운지 죽은 갯벌에서는 절대로 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가까이하기엔 너무 힘든 당신인 셈. 그러나 한번 맛을 보면 "귀족" 이라도 황송할 따름이다.
조개의 명품 "새조개", 날개 돋친 이유
타조개와는 달리 새조개는 형망으로 바닥을 긁어서 잡아야만 한다
귀족조개인 새조개는 산란기 이후 12월에서 3월까지의 겨울철이 가장 맛있다. 이때야말로 굵으면서도 육질이 최고로 부드러운 새조개를 맛볼 수 있는 시기. 새조개는 다른 조개들이 바닷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 났을때 캐는 것과는 다르게 잡는 방법 또한 특이하다. 배를 타고 나가 형망(끌방)으로 바닥을 긁어서 잡아야만 만질 수 있단다. 그것도 아무나 채취할 수 없고 허가를 받은 어민에 한해서만, 한시적으로 채취 할 수 있으니 고가품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 어디 고가품일 뿐이랴. 남당항의 새조개는 맛과 향은 물론 필수 아미노산과 철분 등 영양가가 풍부해'하늘이 내린 선물'로 불릴 정도로 고영양해 물이다.
이 겨울, 해물의 천국 남당리를 절대 사수하라!
해산물의 천국 남당리항
영양면으로도 가격면으로도 귀하디귀한 새조개는 홍성 남당항에서 시작해 간월 도에 이르는 천수만일대에서 흔히 볼수 있다. 특히나 남당항은 시원하게 뚫린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홍성 IC에 서 빠져 드라이브코스로 유명한 천수만 방조제쪽을 내달리다보면 쉽게 만날 수 있다. 조그마한 항구지만, 새조개, 광어, 우럭, 새우 등 해산물이 집산하는 곳으로 유명해 연간 열리는 해물축제만 해도 5개가 넘는 그야말로 최고의 미항 (味港). 비릿한 바다 향기를 맡으며 천수만으로 길게 뻗은 방파제, 그리고 물 이 빠지면 끝없이 펼쳐지는 갯벌, 천수만의 호수 같은 물에 붉은 물감을 풀어 헤친 듯한 낙조감상까지…. 눈과 입과 귀가 함께 즐거우니, 이보다 더 행복한 여행지가 또 어디 있겠는가.
"설마" 가 "역시" 가 되는 쫄깃쫄깃한 맛의 유혹
남당리 포구의 수많은 횟집(좌)과 해물에 즐거워하는 손님의 모습(우)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기 때문에 항상 수족관에 꽉꽉 채워 놓아야 해유. 보기엔 이렇게 못 생겼지만, 금방 맛을 보고 돌아선 사람도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돌아올 정도로 최고라니까요, 최고." 기자에게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 새조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는다. 직접 만져봐야 직성이 풀리는 기자는 그 녀석을 냉큼 손에 집어넣었다. 손에 꽉 차는 것이 크기는 어른 주먹만하다. 살짝 건드렸을 뿐인 데 자신의 구역을 침범 말라는 듯 하얀 속살과 부리를 쏟아내며 반항한다. 이에 질세라 기자도 한마디한다. "고 녀석, 까칠하긴…."
"사각사각" 씹히는 연한 육질에, 내 마음은 "흐뭇"
식성에 따라 날 것으로 먹어도, 구워먹어도 되나 샤브샤브로 먹는 것이 가장 쫄깃쫄깃하다
까칠하지만 맛있기로 소문난 새조개를 먹어볼 차례, 천수만 새조개 축제의 위원장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는다. 남당항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데 자리를 잡고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새조개를 기다린다. 눈 앞에 펼쳐지는 서해바다 풍경이 식욕을 돋운다. 처음 본 모습과는 다르게 껍데기를 벗고 알몸으로 나온 새조개의 모습은 참으로 희한(?)했다. 먹는 법도 다채롭다. 개인의 식성에 따라서 날 것으로 먹어도 맛이 좋고, 구워도 먹고, 국으로도 끓여 먹는다 한다. 하지만 새조개의 요리법은 온갖 야채를 넣어 끓여 먹는 샤브샤브가 최고. "새조개는 맛과 향이 짙어 펄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어야 좋아요. 조개 특유의 비린내도 없어지면서 살맛도 더 쫄깃쫄깃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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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조개 맛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5초를 주목하라
[왼쪽/오른쪽]얼른 건져내야 제맛을 내는 새조개 샤브샤브 / 키조개 무침
새조개 예찬론을 펴시는데 여념이 없는 주인 아주머니는 끓는 육수에 새조개를 살짝 달궜다 건져내는 것 이 제대로 맛을 즐기는 비법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끓는 물에 너무 오랫동안 익히면 육질이 질겨지는데다 단맛도 사라져 제 맛이 나지 않는단다. 얼마나 쫄깃하냐는 것은 1 ~ 2초 사이에 판가름 난다는 것. '5, 4, 3, 2, 1, 0' 착하게 숫자를 센 다음, 건져 낸 새조개를 초장에 풍덩 빠트리고는 냉큼 입 안으로 집어넣는다. '툭' 하고 입안 가득 퍼지는 짭짤하고도 쫄깃한 맛과 향이 정말로 일품이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씹히는 부드러운 육질, 어찌 보면 닭고기맛과 비슷하다. 아니 오히려 닭고기에서 2% 모자랐던 고급스러움이 더해져 혀를 가득 감싼다.
새조개 칼국수로 언 입을 사르르, 배도 든든히
남은 진국에 칼국수를 넣은 일명 "간월도표 새조개 칼국수"
부드러운 육질이 입 안에서 씹히는 듯 마는 듯 목을 타고 "꿀꺽" 잘도 넘어간다. 모 CF 에서 등장했던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구나 싶다. 희뿌연 속살의 새조개는 씹을수록 찬 바다의 깊은 맛이 전해지는 것 같아 더욱 감칠맛이 난다. 새조개 샤브샤브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샤브 샤브를 한 다음 남은 시원한 진국에 칼국수 사리를 넣어주는데 이 맛 또한 별미다. 이름하야 '새조개 칼국수'. 배도 든든하게 채울 수 있어 더욱 좋다. 새조개 말고도 키조개의 맛도 명품이다. 구워먹어도 좋지만, 신선함을 그대로 맛보려면 회나 무침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샤브샤브가 4 ~ 5인분 큰 접시가 4만 5천원이고, 키조개는 시가에 따른다.
고결한 기상이 느껴지는 홍성, 그리고 두 영웅
[왼쪽/오른쪽]김좌진 장군의 생가 / 당진해양관광공사(구, 삽교호함상공원) 내부
새조개를 먹고나서 드넓은 갯벌과 정신이 번쩍 드는 찬 바닷바람을 즐긴 뒤 다시 여행을 떠나보자. 홍성은 일제시대 조국애를 불살랐던 두 영웅의 고향이기도 하다. 바로 님의 침묵으로 잘 알려진 만해 한용운과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특히나 만해 한용운 생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위패와 영정을 모신 '만해사'라는 사당이 있어, 다시금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두 곳 모두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결한 기상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이다. 올라가는 길에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당진 삽교호 함상공원을 들려보는 것도 좋다. 삽교호 함상공원은 해병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 할 수 있는 동양 최초의 군함 테마공원이다. 특히 함상카페에서 바라보는 서해대교 낙조가 아름답다. 또한 그 주변엔 싱싱한 생선회와 조개구이 바지락 칼국수를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니 히딩크의 말처럼'아직도 배가 고프다'면 또 다시 해물삼매경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여행정보
1.남당항 가는 방법
* 자가운전
서울 -> 천안(경부고속도로) -> 홍성(국도21호) -> 갈산(국도29호) -> 군도614호 에서 25km -> 남당항
≫ 남당항 자세히 보기
2.새조개 샤브샤브 맛있는 집
내포횟집(구, 남당수산 털보횟집 041-633-9480)
3.숙박할 만한 곳
남당항 근처나, 당진 삽교호 관광단지 쪽에 모텔이 많다. 뉴월드파크(041-363-3747), 삽교호 비치파크 (041-363-2425) 등이 있다.
4.주변 볼거리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