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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때면 첫사랑 생각나듯 쭈꾸미 생각’
첫사랑, 첫키스, 첫눈... 첫 쭈꾸미 이 단어들에 공통적으로 쓰인 ‘첫’은 ‘맨처음’ ‘가장앞’이라는 사전적 의미 외에 오래도록 기억되고 또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애 처음 맛본 쭈꾸미가 ‘군산 쭈꾸미’라면 얼마나 좋을까. 동백꽃이 툭툭 피어나는 봄이 되면 첫사랑처럼 쭈꾸미를 추억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지상에 붉은 동백꽃이 필 때 즈음, 바다에는 쭈꾸미가 찾아온다. 두고 볼 것 없이 봄이라는 의미다. 3, 4월
은 5, 6월 산란기를 앞두고 맛도 영양도 최고조인 상태다. 쭈꾸미 산지의 밀리언셀러는 단연 충남 서천이다
. 하지만 서해 바닷속에 경계가 있을 리 없지 않나. 서천에서 바닷길로 조금 아래로 내려온 전북 군산으로
쭈꾸미를 맛보러 떠나봤다.

아주머니의 고향도 쭈꾸미의 고향도 선유도라고 한다.
아주머니의 고향도 쭈꾸미의 고향도 선유도라고 한다.

“아줌마 이거 낙지 아니예요?” 쭈꾸미를 마주하고 내뱉은 첫마디였다. 낙지전문점에서 만났던 녀석들의 다리도 이날 마주한 쭈꾸미의 것 보다는 굵진 않았지 싶다.
혼란스러웠다. 심한 배신 감도 뒤따랐다. 혼란과 배신감의 내용은 이렇다. "지금껏 알아온 쭈꾸미가 과연 진짜 쭈꾸미였을까" 싱거운 농담이 아니었다. 그만큼 마주한 쭈꾸미의 크기에 압도당한 채였다. 크기 뿐이 아니었다. 몇 번을 씹어도 맛이 우러날 만큼 ‘근성’있고, 매콤한 양념에 제 향이 뒤지지 않을 만큼 ‘고집’도 있었다.


몇번을 씹어도 우러나오는 근성있는 맛

매콤한 양념에 뒤지지 않는 고집있는 향

밥에도 소주에도 누구와도 어울리는 쭈꾸미요리
붉은 멍개와 대조적인 쭈꾸미 흰 속살
밥에도 소주에도 누구와도 어울리는 쭈꾸미요리 붉은 멍개와 대조적인 쭈꾸미 흰 속살

쭈꾸미는 낙지의 사촌쯤으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다. 생김이 비슷한데다 요리법까지 비슷해서다. 하지만 가격면에서 쭈꾸미는 확실히 ‘싸다’. 만만하게 밥에 볶아 먹기도 소주 한잔 곁들여 먹기도 마음 편한 게 바로 이 쭈꾸미다. 향수와 추억, 고향, 봄, 소주 한잔 이런 단어들과도 곧잘 어울리는 것도 바로 이 쭈꾸미의 ‘만만함 ’때문이 아닐까. 만만하다고 얕보진 말자. 쭈꾸미 속에는 기운을 북돋아 준다는 타우린과 아미노산, 칼슘, 철, 비타민 등이 들어 영양면에선 결코 ‘만만하지 않은’  해산물이다.
 
낙지보다 만만한 쭈꾸미, 그래서 낙지보다 추억도 많은 쭈꾸미

아이고~! 힘도 좋아. 안잡히려고 버둥거리기는….
쭈꾸미의 힘찬 몸놀림에 숨겨진 타우린과 아미노산.
아이고~! 힘도 좋아. 안잡히려고 버둥거리기는…. 쭈꾸미의 힘찬 몸놀림에 숨겨진 타우린과 아미노산.

"쭈꾸미" 하면 무슨 요리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아무래도 쭈꾸미 "볶음"이 일순위지 싶다. 하지만 쭈꾸미 산지인 이곳에서는 샤부샤부나 회, 숙회 등을 찾는 이가 더 많다고 한다. 고향이 선유도라는 쭈꾸미 전문점 아줌마는 "제대로 드시는 분들은 샤부샤부나 숙회 찾으신다"며 말을 보탠다. 수산물종합센터에서 만난 주민 김정남(55세)씨 역시 쭈꾸미 1kg(2만원 가량)를 사가며 “양념맛으로 먹나, 쭈꾸미 맛으로 먹지"라며 역시 "양념없음"에 한표를 던졌다.
쭈꾸미볶음도 다른지역과 모양새가 조금 달랐다. 바짝 익혀진 주꾸미가 아니라 양념은 볶되 쭈꾸미는 설익힌 채로 접시에 담겨있었다. 왜 일까. 손으로 쭈꾸미를 척척 건져내시던 식당 아주머니 왈 "본래 이렇다" 한다. "바짝 익히면 양념은 배일지 몰라도 쭈꾸미가 질기고 신선한 맛이 없어져" 무침과 볶음의 중간 형태를 띈건 쭈꾸미 본연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는 요리법이었던 셈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자.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쭈꾸미 맛이 매콤한 쭈꾸미 양념 맛이었는지, 쭈꾸미 본연의 맛이었는지….
 
마음 헛헛한 날, 쨍한 볕이 서러운날엔 군산을 향하자
 쭈꾸미의 굵은 다리와 톡톡 터지는 쭈꾸미 알을 오물오물 맛봤다면 군산여행을 시작할 차례다. 
 우울한 날 마음과 반대로 너무‘쨍’하게 맑은 날씨에 괜스레 마음 우울해져 버린 기억 한번쯤 가지고
있을 게다. "우울함, 상처 가릴 수 있게 차라리 날씨라도 흐렸으면…" 싶은 날 말이다.  
 이런 날, 군산이라면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화려하지 않아 여행객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는 재
주를 가졌고, 어눌하게 보여 여행객을 소중하게 만들어 주는 배려심을 가진 도시다. 

비둘기도 동백꽃도 쉬어가는 월명공
비둘기도 동백꽃도 쉬어가는 월명공원


군산에서 지역민들에게 갈만한 곳을 물으면 열에 아홉은 월명공원과 은파유원지를 든다. “은파유원지 가봤어요? 밤에 가면 참 예쁜데…. 우리는 여기 사람이라 처음엔 가보지도 않았어. 가보고도 좋은지 몰랐는데 자꾸 보니까 좋드라고.”
군산초등학교 앞에서 붕어빵을 파는 아주머니께 "어디가 좋아요?" 물었더니 드러내놓고 자랑하기 열없었던 모양인 지 돌려돌려 말씀하신다. 월명공원 역시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어 은파유원지처럼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곳. 월명공원엔 요즘 쭈꾸미향 을 맡고 피어난 동백꽃이 한창이다.월명공원은 군산시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정상에 오르면 금강과 서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제시대와 군산항, 군산항은 곧 군산의 역사

일제시대에 수산업 중심지인 해망동과 시내중심부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망굴. 옛스러운 정취가 물씬.
  일제시대에 수산업 중심지인 해망동과 시내중심부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망굴. 옛스러운 정취가 물씬.

서해바다…. 군산의 바다는 그냥 바다가 아니다. 지금부터 100여년 전 1899년 군산이 개항된 이후 군산의 역사는 항만의 역사 그것과 다름없었다. 군산시가 군산항에 관해 설명한 내용을 잠시 살펴보자. “군산은 청일전쟁(1894)년부터 군산개항(1899)년까지 5년간은 조선정부의 행정이 마비된 무방비와 방치 속에 왜인들이 쉽게 발붙일 수 있었고 개항과 더불어…일본인 전관지역으로 무간섭의 별천지….” 이후 해방까지 군산은 일본인 농장의 확대와 도시화로 일본인의 쌀수탈지인 동시에 소비재 수입항의 역 할을 했던 곳이었다.

일제시대에 수산업 중심지인 해망동과 시내중심부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망굴. 옛스러운 정취가 물씬.
일제시대에 수산업 중심지인 해망동과 시내중심부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망굴. 옛스러운 정취가 물씬.
군산 시내 곳곳에는 일본식 가옥들이 많이 남겨져 있다.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군산 거리를 걷다보면 일본식 건물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군산 특유의 쓸쓸하고 운치있는 구 도심의 분위기가 결국 아픈 역사가 낳은 아픔의 진주였던 셈이다. ‘구 히로쓰 가옥’처럼 전형적인 일식가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조금씩 고쳐 가며 세월의 길이만큼 닳고 변형돼 간 구 조선은행 같은 곳도 있다. 일본식 건물의 생경함에 두리번거리는 기자에게 “(일제시대 배경으로)영화 찍으러 많이들 온다”며 택시기사 아저씨가 가이드를 자처한다. 구 조선은행 앞에 내려설때는 “옛날에는 조선은행 유명했었제. 옛날엔 이만한 술집이 없었응께”라며 스스로 감회에 젖는 표정이다. 왕년에 "잘나가던 술집"으로 떨쳤을 유명세를 큼지막한 간판으로 짐작케 한다. 구조선은행 건물(아래 오른쪽)은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있으나 군산시 관계자는“군산항 부근과 함께 관광지단지로 묶어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 동국사
외형만 유지하고 있는 구조선은행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 동국사(왼쪽)와 외형만 유지하고 있는 구조선은행(오른쪽) 일본식 건축의 생경함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곳으로는 동국사(국가지정등록문화재 제64호)를 들 수 있 다. 1913년 일제 강점기때 일본인 승려 우치다에 의해 ‘금강사’란 이름으로 창건된 동국사는 해방 이후 김남곡 스님이 동국사로 사찰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 남겨진 유일의 일본식 사찰로 가치가 높다. 건물은 대웅전과 요사채, 종각으로 단촐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웅전과 요사채가 복도로 연결된 것. 승려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한 일본 불교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대웅전 외벽에 많은 창문과 아무런 장식이 없는 처마 역시 화려한 색과 무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처마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상처 많은 도시 군산, 묵은 김치 처럼 익다
 
날이 맑은 날이라면 고군산군도 유람선에 올라보는 것도 좋겠다. 천일염 체험을 할 수 있는 맑은 날씨라면 바닷내음을 한가득 안고 달리는 하이킹까지 계획에 포함시켜 보자.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선유봉 일출을 보는 코스도 군산 여행에서 권할만하다. 이렇게 날이 맑으면 맑은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헛헛한 마음 채워주는 넓은 마음 폭 가진 군산. 오래도록 아픈 역사를 가졌던 도시라 남의 아픔 잘 보듬을 줄 아는 듯 싶다. 맑은 날은 있는 그대로 즐 기라 말하는 여유도 풍겨져 나오는 듯 싶다. 낯선 여행객에게 꼭 그리 말하는 것 같다.
 
 
《여행정보》

◎군산 가는 길
군산↔서울은 3시간 30분이 소요되며 배차간격은 15분~30분 이다. 비용은 18,100원.
군산고속버스터미널 ☏ 063-445-3824 시외버스터미널 서울↔군산간 배차 간격은 1시간이며
비용은 13,000원이다.소요 시간은 역시 3시간 30분. 군산시외버스터미널 ☏ 063-442-3747

◎먹을거리
쭈꾸미를 비롯해 신선한 해산물을 싸게 먹으려면 군산수산물종합센터로 가면 된다.
1층에서는 건어물, 생선을 판매하고 2층은 생선회를 판매한다. 수산물종합센터 주위로 모두 횟집 단지
가 형성돼 있다.
단지내에서 군산횟집 ☏063)442-1114, 군산항 횟집 063)445-4972 가 유명하다.
계곡가든(☏063-453-0608)은 군산의 향토음식인 꽃게장 백반을 잘한다. 가시리(☏063-446-4613)는 생선
탕으로 유명한 곳이다.

◎잠잘 곳
리츠프라자관광호텔 063)468-4681/ 리베라모텔063)443-3111/ 도원파크장여관063)452-4404 등
경장동과 나운동 일대에 여러 곳이 있다.

◎주변 볼거리
월명공원 , 은파유원지 , 금강철새조망대 , 불주사 , 채만식문학관 , 은적사
 
 
 
글·사진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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