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기분 좋아지고 행복해질 때가 있다. 맛난 음식을 대할 때이다. 이는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나오는 본능(本能)이니 어찌하랴. 낙엽과 흰눈이 실랑이를 벌이는 계절, 충북 영동에는 시골스럽고, 이국적이고, 예쁘고 별난 맛이 널려있다
# 맛 하나 # 솥 걸어놓고 천렵을 즐기던 시골의 맛 "도리뱅뱅이와 어죽"
[왼쪽/오른쪽]맛난 어죽 한그릇 / 양푼째 내오는 어죽 4인분
충청도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다에서 먼 내륙이라 굽이굽이 하천이 흐른다. 영동에도 역시 금강(錦江)이 북서부를 남에서 북으로 곡류하고 있으며, 그 지류인 남대천(南大川) 송천(松川) 등이 서류하여 합류한다. 궁촌천, 초강천, 학산천 등 동네마다 개울과 하천의 중간격인 물이 흐르니 이 곳 사람들은 아름다운 강가에서 족대로 민물고기를 잡아 어죽을 끓여먹고 도리뱅뱅이를 만들어 먹었다. 어죽은 민물고기를 잡아 푹 끓여 뼈를 걸러내고 살을 부신 후 고추장 풀고 파 마늘에 수제비 반죽, 칼국수 가닥을 넣고 끓여서 양푼째 내오면 덜어먹는 먹거리다. 도리뱅뱅이는 여름에 피라미 겨울에 빙어 등 작은 물고기를 잡아 프라이팬에 뱅뱅 돌려가며 늘어놓는다.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두 번 튀긴 후 매콤 달콤한 양념을 얹어 조려내는데 뼈째 먹는 맛이 고소하고 바삭하다. 프 라이팬 째로 나오는 모양이 재미있어 한번 먹으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음식이다. 영동지방에서는 어죽에 인삼을 넣어 인삼어죽을 도리뱅뱅이와 함께 내놓으니 그 별난 모양과 맛에 군침이 돌고 민물새우 튀김인 '진거미'도 맛나다. 인삼어죽과 도리뱅뱅이 잘하는 곳으로는 40년 전통의 가선식당을 들 수 있다.
[왼쪽/오른쪽]민물고기를 뱅뱅돌려놓은 도리뱅뱅이 / 민물새우 튀김인 진거미
영업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8시30분. 도리뱅뱅이 7천원, 어죽 5천원, 민물새우튀김 6천원, 생선튀김 5천원. 문의 043-743-8665
# 맛 둘 # 탱글탱글... 주렁주렁... 가을이 영그는 맛 "상촌 곶감"
충북 영동에는 행정구역상 11개의 면(面)이 있다. 이 중 동남쪽의 상촌면은 곶감이 많이 나는 곳 이다. 마을 어귀부터 늘어선 감나무엔 주황빛의 탐스런 감이 주렁주렁하고 마을로 들어서면 할머 니들이 손으로 감을 깎고 젊은 아낙들은 기계로 감을 깎는다. 잰 손으로 감을 깎는 할머니의 손이 기계보다 더 빨라 놀랍기도 하다.
[왼쪽/오른쪽]가지 끝에 달란 감 두개가 눈길을 끈다 / 상곶마을에서 말려지는 곶감들
영동에서 나는 감은 일명 먹감이라고도 하는 둥시와 영동월하시가 있다. 2어개 정도의 씨가 들어 있는 담홍색의 감은 18.5°정도로 당도가 높아 연시로도 곶감으로도 맛이 좋다. 산골이라 일교차 가 커서 줄에 매달은 감이 밤이면 기온이 떨어져 얼고 낮이면 다시 올라가 녹고 하는 과정이 반 복되어 맛있는 곶감이 만들어 진다. 또한 물한계곡이 있는 청정한 지역이라 깨끗한 곶감을 보장 한다.
[왼쪽/오른쪽]상촌 곶감과 호두 / 곶감과 호두곶감말이
1층 작업공간 옆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타고 오르면 곶감 건조장이 있는데 천장부터 바닥까지 줄에 매달린 감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곳에 서면 어디선가 보았던 산골 풍경이 그대로 펼 쳐진다. 영화 '집으로'를 이 곳에서 촬영했다. 비타민 A와 C가 많아 겨울철 영양 간식에 좋은 곶감과 더불어 머리가 좋아지는 호두와 포도, 배 등도 이곳 특산품이다. 곶감과 호두말이 등 선물세트가 가격대별로 있다.
문의 영동상촌과수농장 043-743-9650
상촌 곶감 말리기를 신기한 듯 구경하는 아이들과 곶감깍기 작업중인 아주머님
# 맛 셋 # 한국인의 입에 맞는 한국형 와인 "상큼 부드러운 와인 코리아"
포도의 가격이 폭락하자 포도 재배농 민들이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힘을 합해 공장을 세웠으니 학산면 주곡리에 있는 와인공장인 와인코리아가 그곳이다. 와인코리아는 영동 포도로 포도주를 만드는 국내 유일의 포도 주 생산 공장으로 5년간 실패를 거듭한 끝에 지난 1998년 '샤또마니'를 제조하면서 이제는 와인 5종과 음료 3종에 포도즙을 생산한다.
영동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와인코리아의 외관
와인코리아에 도착하면 프랑스 와인 명가를 방문한 듯 성모양의 건물이 반기고 안으로 들면 다양한 와인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이를 시음할 수 있다. 와인에 대한 설명도 유익하다. 옆 건물의 공장에서는 포도즙을 추출하는 공정과 병에 주입하고 포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볼 수 있다. 포도주 숙성은 공장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토굴 속 커다란 오크 통에서 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 군이 무기저장고로 사용하던 토굴은 연평군 12~14℃의 온도가 유지되는데 일반 개방이 되지 않지만 와인코리아 1층에 새로 마련된 저장고는 일반인도 둘러볼 수 있다. 유럽의 와이너리와 꼭 같이 커다란 오크통이 가득 차 있고 그 사이를 걸어보는 기분이 유럽에 온 듯 이색적이다.
와인코리아에서 생산되는 시음용 와인들과 무료시음 중인 관광객들
12월부터 와인코리아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면 상시 방문이 가능하다. 단 인원이 많을 때는 사전 예약을 하는 것이 설명 해줄 인원확보에 좋다. 견학비는 1인 5천원으로 와인잔과 와인잔 담는 가방을 준다. 이 잔으로 원하는 종류의 와인을 마음껏 시음할 수 있다. 판매하는 와인은 한 병이 5천원부터 1만6천원까지, 선물세트는 2만원부터 5만원까지 있다.
[왼쪽]와인의 자동포장 [가운데/오른쪽]와인 담은 오크통의 저장소 / 선물용으로 인기있는 와인들
# 맛 넷 # 천연 암반수로 씻고… 청량한 산골바람에 말리고 "산골 오징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동네에 오징어 덕장이 있다. 영동에서 무주로 이어지는 길목인 학산면 박계리로 충북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하루 최고 1만 5천 마리의 오징어가 생산 된다니 별난 얘기다. 이름은 '산골 오징어'.
산골에서 말리는 오징어는 청량한 바람 맛이 난다
원양선으로 잡은 오징어와 부산, 울산, 속초 등 연근해에서 잡은 오징어가 밤새 달려 이곳으로 온다. 오늘 널고 있는 것은 부산에서 온 것이다. 오징어가 도착하면 1층 작업장에서 아주머니들 이 손질을 하고 대에 꿴다. 이를 지하 170m 천연 암반수로 씻어 2층 옥상에서 서늘하고 청량한 바람으로 말린다. 연간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산골오징어의 맛 비결은 부드럽고 짜지 않으며 쫄깃쫄깃한 것이다. 바닷물이 아니라 천연 암반수로 씻기에 덜 짜고 바닷바람이 아닌 시골 청정 바람으로 말려 깨끗하다. 일반 제품과 비슷한 '건(乾)오징어'를 비롯, 약간 덜 말린 '미건(未 乾) 오징어'와 '찜 오징어'등이 있으며 미국·일본·브라질·호주·독일로도 수출된다.
신선한 바람에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과 산골 오징어를 만들기 위한 동네 작업장 모습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경부고속도로 영동 IC, 황간IC, 옥천IC 어디로나 영동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 와인코리아는 황 간IC에서 나와 4번국도 타고 영동읍으로 들어가는 왼편에 있고, 곶감마을은 상촌면 소재지인 임 산면에서 지례방향 이정표 보고 약 2km 궁촌교 다리 건너자마자 우회전하면 된다. 가선식당은 양산면에 있는 천태산 영국사 오르는 길목에 있고, 산골오징어는 학산면과 양산면 사이 505번 도로로 이용하면 된다.
[왼쪽/오른쪽]붉은 단풍이 아름다운 영국사의 가을 / 천년을 이어온 영국사 은행나무와 사찰
2.숙소
3.주변여행지
▼ 영국사 : 천태산 자락에 위치한 신라시대 고찰로 역사가 깊은 만큼 영국사부도(보물 제532호), 영국사 3층 석탑(보물 제533호), 영국사 원각국사비(보물 제534호), 영국사 망탑봉 3층 석탑(보물 제535호) 등 보물로 지정된 유물이 가득 있다. 천연기념물 제 223호 인 영국사의 은행나무는 또 하나의 명물. 나무둘레가 11m가 넘으며, 수령은 천년에 달한다.
▼ 난계국악박물관 : 지난 2000년 9월 문을 열었으며 1층에는 국악실과 난계실, 영상실 등이 있 고 2층에는 국악기 체험실과 정보검색코너가 마련돼 있다. 국악실에는 가야금을 비 롯한 현악기 14종과 타악기 37종, 관악기 19종 등 1백여 종의 국악기와 국악 의상, '악학궤범' '가곡원류' 등 국악 관련 고문서가 전시돼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9시 ~ 오후 5시. 관람료는 어른 500원, 청소년 및 군인 300원, 어린이 200원. 매주 월요일, 1월1일, 추석연휴 기간, 법정 공휴일의 다음날 휴무(단, 난계국악축제 기간은 제외).
문의 043-742-8843 nangye.yd21.go.kr
[왼쪽/오른쪽]국악기 제작 모습을 재현한 국악박물관의 모형 / 국악의 역사를 알수있는 난계국악 박물관
글, 사진 : 이동미(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