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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을 식혀 줄 감동적인 여름 별미 부산 원조 팥빙수

"얼음 녹여 먹을라면 뭐할라꼬 팥빙수를 먹노"


0.1초만에 관자놀이가 찌릿하도록 시원한 음식 없을까?
온 몸이 녹아내릴 듯 무더운 여름, 이 더위를 식혀줄 묘안을 궁리해 본다. 냉면? 콩국수? 팥빙수? 팥빙수에 한표! 이왕 팥빙수를 맛볼 요량이라면 원조를 찾아보자. 버튼 한번에 얼음이 갈리는 요즘 빙삭기의 신통방통함도 옛날 빙삭기의 보드라운 얼음맛은 쫒을 수가 없다. 풍차가 돌 듯 손잡이를 돌려 만드는 옛날식 팥빙수를 찾아 부산 국제시장으로 떠나봤다.

찾았다! 관자놀이의 찌릿함을~!
30년째 이어져 오는 부산 국제시장의 팥빙수 골목
'가뜩이나 더운 여름에 팥빙수 한 그릇 먹으러 번라한 시장통이람'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럴만 하니, 일단 참고 국제시장으로 들어설 일이다. 국제시장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면 몸이 익어가는 것도 잊게 될 만큼 구경할 것도 먹을 것도 많으니 걱정일랑 붙들어 매자.
국제 시장은 1945년 광복과 함께 형성된 시장으로 꼬부랑 골목마다마다 구경거리가 넘쳐난다. 뿐 아니라 부산이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거래규모가 큰 상업도시였던 시절의 상징이자 살아 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부산역에 도착했다면 국제시장까지 가는 일은 수월하다. 부산역에서 지하철역으로 3개, 자갈치역 7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팥빙수 골목이 위치한 곳은 국제시장에서도 광복로 패션거리 부근이다.
근처에서 잘 알려진 '대각사'란 절을 찾은 후 절을 끼고 패션거리로 들어선 후 메인거리에서 오른쪽 두 번째 골목을 보면 노오란 간판(?)을 매단 팥빙수 리어카를 찾을 수 있다. 국제 시장의 규모가 워낙 큰 터라 찾기가 난해하다면 묻는 수밖에.
30년째 이어져 오는 부산 국제시장의 팥빙수 골목
얼굴이 '화끈' 거리고 피부가 따갑도록 시장구경 삼매경 끝에 만난 팥빙수 골목은 초등학교 짝꿍이라도 만난 양 반갑다. 팥빙수 골목에는 총 일곱 개의 팥빙수 리어카가 옹기종이 줄지어 서 있다. 하나 같이 노란색 동그란 간판을 달았다. 정겹다. ①소문난, ②원조, ③별미…. 번호도 하나씩 매겼다. 마치 초등학생이 이름표를 단 것 같다.
두리번거리며 카메라를 든 본새가 어째 그냥 손님 같아 뵈진 않았던지 ①번 소문난 팥빙수 아주머니(함정자․68)가 "어디서 왔냐"며 먼저 말을 붙인다. 그 덕에 일단 1번 리어카에 자리잡고 앉았다.
"이모님~! 일단 팥빙수 하나 주세요!" 35°에 육박하는 오후 2시, 생각나는 건 오직 관자놀이가 찌릿해 지는 감동적인 팥빙수 한 숟가락 밖에 없던 기자였다.
"달달달달" 얼음을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1분이나 채 지났을까. 눈앞에서 뚝딱 만들어진 팥빙수 한 그릇이 놓였다. 얼음이 남다르다. 새하얀 색이며, 보송보송한 질감하며, 곱게 갈린 자태가 그렇다.
일초라도 팥빙수를 빨리 먹겠다는 일념으로 재료를 섞기 위해 숟가락을 맹렬히 뒤척일 찰나, 아주머니의 강력한 제지가 들려왔다.
보송한 얼음이 올려진 팥빙수. 얼음만으로도 달다.
보송한 얼음이 올려진 팥빙수. 얼음만으로도 달다.


"에이에이~. 팥빙수는 얼음을 이기면 맛이 없어.
얼음 다 녹여 먹으면 무슨 맛이래? 얼음을 살살 달래가면서 먹어야해.
이모말 듣고 이기지(섞지) 말고 그냥 고대~~로 먹어봐. 그래야 맛있다니까"
재료가 섞이지 않은 팥빙수를 한번도 먹어 본 적 없는 기자, 자고로 팥빙수라면 각종 재료들이 그릇에 '퐁당' 빠져 있어야 진수라 믿었던 터라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30년 팥빙수만을 만들어온 아주머니의 내공을 믿기로 한다. 한쪽 귀퉁이의 얼음을 한술 뜬다. 보송보송한 얼음 사이로 자그마한 삽이 들어가자 "폭"하는 눈 밟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 시원한 소리다. 한 잎 쏘옥. 그리고 "찾았다! 관자놀이가 찌릿한 시원한 맛"
얼음은 얼음만으로도 달았다. 보송보송하게 갈아 넣은 덕에 1, 2초 가량만 얼음 상태를 유지하다 스르르 녹는다. 팥빙수를 먹기 위해 얼음덩어리를 "쿡쿡" 깨부수고, 얼음 덩어리를 입에 넣어 씹지도 밷지도 못하던 촌극을 벌인 기억 한번쯤 있을 터. 아주머니가 한사코 섞지 말라 한 것도 재료가 섞이는 동안 얼음이 녹는 것을 염려해서다.
얼음 한쪽에 담긴 팥도 한술 떠본다. 팥이 제 모양을 간직하고 있어 타박타박한 팥 특유의 씹는 맛이 좋다. 후르츠 칵테일도 우유와 한술. 난생처럼 섞지 않은 팥빙수를 맛봤다. 그 맛은 마치 팥빙수에 관해 '개안(開眼)'이라도 한 듯 진기한 경험이었다.
이것이 바로 30년된 옛날 빙삭기. 쌩쌩 돌리면 얼음이 우수수
아주머니는 연신 "그렇게 먹으니까 맛있지. 맛있지?" 란다. 당신이 설명하는 팥빙수 먹는 법에 대한 고객의 평가를 확인하려는 듯.
"얼음을 살살 달래가면서 먹어야 해. 아~얼음을 녹여 먹을꺼면 얼음물을 먹지 뭐할라꼬 팥빙수를 먹노?!"

아주머니의 비법대로 '얼음을 살살 달래가며'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더위를 식히고 나니, 그제서야 빙삭기에 숨겨진 비법이 궁금해졌다.
요즘 팥빙수 집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부산원조팥빙수골목의 빙삭기는 60~70년대에 만들어진 기종들이다. 한눈에도 오래 돼 보이는 빙삭기는 밸브를 잠그는 원리로 가운데 얼음을 올려 놓고 윗 손잡이를 잠그듯 돌리면 얼음이 고정된다.
그때 송곳 같이 생긴 침이 꽂혀 얼음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 준다. 그리고 기계의 오른편에 손잡이가 달렸다. 30년간 몇바퀴나 돌렸을런지. 팥빙수 아줌마의 진정한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손잡이에는 손이 아프지 않도록 비닐이며 천이 덧대어져 있다. 이 손잡이를 빙글빙글 돌리면 얼음이 "슥슥슥" 갈려져 보송보송한 얼음 결정이 된다.
팥빙수 골목은 팥도 남다르다. 오동통한 모양하며, 달지도 짜지도 않은 적당한 맛은 팥빙수의 얼음과 만나 원조 팥빙수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여기 죄다 팥 삶는 선수들이야. 집에서 전부 팥 삶아 오잖아. 얼음도 손으로 직접 갈고. 이기 아무것도 아닌거 같애도 손이 을매나 많이 가는데…" 아주머니는 팥빙수를 만드는데 드는 정성을 알아달란 투로 이리 말했다.
가만히 지금껏 먹어온 팥빙수를 돌이켜 보자.
떡과 젤리, 씨리얼과 과자, 미숫가루와 아이스크림까지. 맛은?! 첫맛은 맛있었으되 좀 섞이다 보면 시쳇말로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팥빙수가 되곤 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결국 팥빙수는 팥과 빙(氷)과 수(水)로 승부하는 것이야 말로 진검승부지 싶다.

숟가락을 넣을 때 마다 폭폭 소리가 나는 고운 얼음산. 30년째 변함 없는 손맛이 비결이다.
이것이 바로 30년된 옛날 빙삭기. 쌩쌩 돌리면 얼음이 우수수
숟가락을 넣을 때 마다 폭폭 소리가 나는 고운 얼음산. 30년째 변함 없는 손맛이 비결이다.

30년 동안 "재료는 달라 진 게 없다"고 하니 원조의 비법은 재료의 변함없음과 정성 이렸다. "재료는 달라진 게 없지. 값은 좀 올랐어. 처음에는 한 1,000원 받았나? 그러다가 1,500원, 2,000원씩 받고, 작년까지 2,500원 받았는데 올해 3,000원으로 올렸어. 물가가 너무 올라서 우리도 안올릴 수가 없더라고. 속으론 미안한데 그래도 손님들이 먼저 이해해 준다. 그래서 고맙지 모."
명찰 같은 노란색 간판 앞면에는 팥빙수를 달고 뒷면에는 단팥죽을 달았다. 자칭타칭 '팥 삶는 선수'들이라고.
명찰 같은 노란색 간판 앞면에는 팥빙수를 달고 뒷면에는 단팥죽을 달았다. 자칭타칭 '팥 삶는 선수'들이라고.

부산 국제시장에는 유난히 일본인 손님이 많았다.
아주머니들은 "딱 보면 (일본인임을) 안다"며 일본인 손님에겐 국제시장식 일본어로 주문을 받았다. "아즈끼(팥) 노우(no)? 미루꾸(우유) 이빠이(많이)?" "하이(네)" 일흔을 앞둔 아주머니의 일본어는 살아있는 언어였고 생존하기 위한 언어였다. 그래, 30년 세월이 그냥 세월이랴.
"학생이 어른되고, 결혼해서 애들이랑 오고 그러지. 30년 동안 팥빙수 팔아서 가족 먹어 살렸어." 그렇게 일곱 대의 팥빙수리어카의 여전사들은 나이도 사연도 다르지만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싣고 팥빙수 골목을 지키고 있었다.
팥빙수 골목을 지키는 7인의  여전사는  이 시대 진정한  생활의  달인입니다 팥빙수 골목을 지키는 7인의  여전사는  이 시대 진정한  생활의  달인입니다 팥빙수 골목을 지키는 7인의  여전사는  이 시대 진정한  생활의  달인입니다
팥빙수 골목을 지키는 7인의  여전사는  이 시대 진정한  생활의  달인입니다 팥빙수 골목을 지키는 7인의  여전사는  이 시대 진정한  생활의  달인입니다 팥빙수 골목을 지키는 7인의  여전사는  이 시대 진정한  생활의  달인입니다 팥빙수 골목을 지키는 7인의  여전사는  이 시대 진정한  생활의  달인입니다
"팥빙수 골목을 지키는 7인의
여전사는 이 시대 진정한 생
활의 달인입니다"

겨울이 되면 팥빙수 골목은 단팥죽 골목으로 변신

팥빙수 골목 에 겨울이 오면, 이곳은 팥죽골목으로 바뀐다.
1년 내내 팥 삶기는 계속된다고. 그리고 봄 가을의 간절기에는 호박죽을 끓여 판다고 한다. 이를테면, 4월경이면 팥빙수를 올려놓되, 팥 죽 대신 호박죽을 올려놓는 식이다. 한사코 돈을 받지 않겠다는 걸 앞치마에 쑤욱 3,000원을 찔러 드리니, 그럼 이따 저녁때 와서 한그릇 더 하란다. 팥빙수에 얼음 한번, 팥 한번을 더 채워 먹은 먹성 좋은 기자에게 또다른 리어카 아줌마는 한 그릇 더 먹으라며 가는 발걸음을 잡기도 한다. 팥빙수 골목의 넘치는 인심에 더위는 사르르 얼음처럼 사라졌다.

<국제시장 숨겨진 1인치를 찾아>
부산 국제시장에만 있다 '아리랑 골목' 비빔잡채
한그릇이면 속이 든든해 지는 길거리표 비빔당면
PIFF 광장을 지나 길 하나를 건너면 '아리랑 골목'이 나타난다. 아리랑 골목은 일명 먹자 골목. 전국 시장마다 먹자골목은 많지만, 국제 시장 내에서도 먹자골목은 얼마든지 있지만, 아리랑 골목에는 남다른 게 있다. 비빔잡채가 그것. 아리랑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나지막한 의자에 앉아 뭔가를 '후루룩 후루룩' 먹고 있는 손님들이 보인다.
포장마차같은 먹자골목을 상상했건만 아리랑 골목에선 모든 의자 높이가 50cm가량 될까. 간신히 무릎을 굽혀 앉을 수 있는 정도다. 편안히 앉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삶아 놓은 당면과 양념된 잡채에 양념고추장을 척~ 얹어 주는데 슥슥 비벼먹으면 매콤하면서도 속이 든든해진다.
한그릇이면 속이 든든해 지는 길거리표 비빔당면

"이모, 많이 주셔야 되요."라며 대학생 둘이 앉는다.
당면 이모, 당면을 담으며 말하길 "걱정하지 마이소. 더 줄낍니다. 마이 줄끼까네(줄테니까) 걱정하지 마이소. 마이 주야지(줘야지), 당연히 마이 주야지". 후덕한 인심에 매콤한 비빔잡채는 부산국제시장에서 꼭 한번 맛볼 별미다. 한그릇에 2,000원이며 주변에 충무김밥과 오징어조림반찬, 순대 등의 먹을거리를 팔고 있다.

전시에 피어난 지성의 거리. 보수동 책방 골목
새 것과 헌 것의 가격은 다를지 모르나, 내용과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 게 책이다. 줄지어선 헌책방이 정겹다. 새 것과 헌 것의 가격은 다를지 모르나, 내용과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 게 책이다. 줄지어선 헌책방이 정겹다.
새 것과 헌 것의 가격은 다를지 모르나, 내용과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 게 책이다. 줄지어선 헌책방이 정겹다.

"아~ 부산에 볼 끼 을매나 많은데 거길 가는교"
보수동 책방 골목 위치를 묻자 한 부산시민에게서 돌아온 말이다. 크고 유명한 관광지를 두고 왜 거기냐는 야속함이 묻어나는 투였다. 하지만 보수동 헌책방 거리는 부산에서만, 부산이기에 형성될 수 있었던 책골목이라는 데서 의미가 깊다. 부산 시청의 설명을 살펴보자.
"보수동 책방 골목은 6.25 전쟁으로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피난민이 가져온 귀중한 책을 생활을 위해 팔고, 피난 온 학교 교수들과 학생들이 필요에 의해 사들이게 되면서 활기를 얻었다". 사선방향으로 좁게 난 골목길 양쪽으로 난 책방들은 묵은 책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련한 향수가 풀풀 풍겼다.
부산시민들은 "책방거리도 예전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전쟁통에서도 책을 사고팔았던 지성 가득했던 거리가 인터넷 서점과 넘쳐나는 서적들로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기자가 좋아했던 만화 캔디 완결판은 1권에서 11권까지 22,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국제시장이 끝나는 지점, 대청사거리를 건너 보수동쪽으로 난 사선방향의 좁은 골목길이다.

부산시민 '강추' 구경거리,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깡통 골목'
국제시장의 깡통골목은 부산시민들도 '강추'하는 구경거리다. 흡사 남대문 시장 같다.
우선 '깡통시장'이라 불리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부산시의 설명이다. "6.25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군용물자와 함께 온갖 상품들이 밀수입 되었는데 특히 과자, 생선 등 갖가지 통조림이 많이 수입되었는데 그 이후 시장의 이름이 깡통시장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통조림 깡통' 외에도 없는 것 없이 각종 수입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담배와 주류, 화장품과 식료품, 캐릭터 상품까지 다양하다. 아리랑골목에서 세 블록을 지나면 깡통시장이 나온다.
인터넷최저가 보다 싼 수입품을 찾는다면?! 깡통시장
인터넷최저가 보다 싼 수입품을 찾는다면?! 깡통시장
<원조 팥빙수 골목 찾아가기>
△ 서울→ 부산간 KTX . 2시간45분 소요.
△ 부산역에서 밖으로 나오면 바로 지하철 부산역(지하철역 나옴) 탑승.
△ 3개 역 지나 자갈치 역에서 하차, 7번 출구로 나가면 국제 시장 진입할 수 있음.

▷ 팥빙수 골목
가격 한 그릇 3,000원. 여름엔 팥빙수 단메뉴다. 입맛에 따라 팥을 빼주기도 하고 다른 재료를 많이 넣어주기도 한다. 단순한 재료로 깔끔한 맛이 특징.
가을에는 호박죽, 겨울에는 단팥죽이 주 메뉴다.
▷아리랑골목
비빔당면 한 그릇 2,000원.
푸짐하게 담아주고 콩국수, 비빔잡채를 함께 하는 곳도 있다. 이웃집 충무김밥, 순대 등도 인기메뉴다. 지붕 천막이나 파라솔 없이 바닥의 낮은 의자에 앉아 먹는 게 특징이다.
▷깡통골목
취급품목은 수입품중 시장에서 팔 수 있는 모든 것. 인터넷 최저가보다 싼 품목들도 발품을 팔면 발견할 수 있어 쇼핑의 즐거움이 크다.
▷보수동책방골목
전문 서적부터 만화, 잡지, 신작까지 다양하다. 원하는 분야를 얘기 하면 주인장이 직접 창고 등에서 책을 찾아 본 후 보유유무를 알려주는 아날로그 검색서비스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문의

부산역관광안내소 051-441-6565 부산시청관광안내소 051-888-3527 관광불편신고센터 051-861-1101
 
 
글/사진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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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과 사람 사이…울릉도 별미가 있어 축복받은 여행

울릉도 비경에 섣부른 설명을 두는 것은 실례다. 무서울 만큼 원시적이고, 숨겨두고 싶을만큼 아름답다.
울릉도 비경에 섣부른 설명을 두는 것은 실례다. 무서울 만큼 원시적이고, 숨겨두고 싶을만큼 아름답다.

여행과 음식은 따로 있지 않다.

그래서 어렵사리 도착한 울릉도에서 굳이 먹는 얘길 좀 하려 한다. 몸이 고단한 여행일수록 '별미'에 대한 욕구도 비례해 커지는 법. 울릉도의 숱한 비경을 제쳐 두고 먹는 얘기를 가운데 토막에 두는 이유다. 울릉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은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비경이 있기에 더욱 감칠맛이 난다.
도동항에 내려서는 관광객. 원시자연과 별미여행이 시작되는 순간.
"꺼억 꺼억"
묵호항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한 울릉도행 한겨레호. 누군가 솟아오르는 욕지기를 참지 못하고 게워내는 소리에 잠이 깬다. 모르긴 해도 '멀미 같은 건 내 사전에 해 본적이 없다"며 멀미약을 거부했을 게다.
배 좌석 앞주머니에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사용하여 주십시오"라고 적힌 비닐봉투가 하나씩 있다. 처음 이 봉투를 발견했을 땐 심히 정중한 문구에 웃음이 피식 났더랬다. 하지만 두 시간 넘는 항해에서 '기분 좋지 않음(멀미)'은 결코 웃을 일이 아니다. 길동무라 해도 무방할 만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녀석이다.

도동항에 내려서는 관광객. 원시자연과 별미여행이 시작되는 순간.

때문에 '뱅드롱'이라는 멀미약과 정체모를 흰 알약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울릉도에서 맛보는 첫 번째 음식(?)은 멀미약 차지다. 이쯤 되면 멀미약조차 울릉도 특산물이지 않겠나 싶다.
울릉도 도동항에 내려서는 여행자들의 표정이 오묘하다. 선착장과 바투 보이는 화산섬이 신기해서다. 눈앞에 서 있는 난생 처음 보는 시커먼 바윗덩이가 생경해서다. 구멍 숭숭한 화산암 바위에 어찌들 뿌리를 내렸는지 작은 키를 붙들어 맨 식물들이 애처롭다. 짐짓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멀리서 보면 흡사 바위 틈 사이에 이끼기 낀 듯도 보인다.
여행자들은 길고 고단했을 여정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 도동항 전경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머리 속에 먹음직스러운 말풍선이 하나씩 달린다.
"홍합밥이 맛있었다"는 울릉도여행 경험자의 말과 "울릉도는 두말할 것 없이 오징어에 쐬주 각일병"이라는 아저씨와 "소고기 정국엔 약소불고기 한번 먹어 봐야한다"는 아줌마까지.

"오징어 한번 잡좌보세요" 피데기에 오징어 회, 오징어 내장탕은 덤
물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많았다는 오징어, 요리 종류도 다양


"오징어 한번 잡솨보세요, 오징어~ 오징어!"
도동항에 도착하자 밀려드는 짭쪼름한 공기는 퍼뜩 오징어 향 같다. 아니나 다를까 예서제서 피데기(반건조 오징어의 경상도 방언)를 팔고 있다. 호객하는 아줌마 인심이 어찌나 좋던지 노릿하고 말랑하게 구워진 오징어를 찢어 죄다 나눠주고 다닌다. 파는 것보다 주는 게 더 많지 않을까 의문스러울 정도다.
도동항에 내려서자 피데기 파는 아줌마가 먼저 반긴다. 맛배기 인심도 좋다
도동항에 내려서자 피데기 파는 아줌마가 먼저 반긴다. 맛배기 인심도 좋다.

"자자~ 배 탈 때 먹고, 술 안주로 먹고, 심심할 때 먹고…". 용도 많은 오징어는 그만큼 파는 곳도 많다. 울릉군에 따르면 해방전후에는 '물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오징어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도심에서 맥반석구이로 많이 알려진 피데기는 말캉말캉한 질감이 좋아 치아가 안 좋은 어른들도 곧잘 한축씩 사곤 했다. 한축에 10,000원에서 13,000원 가량 한다.
건조오징어와 함께 살아있는 오징어를 파는 곳 역시 울릉도 전역에 많다.
도동항에서 싱싱한 횟감을 두고 벌이는 흥정도 볼거리다.
격자무늬 칼집마다 양념이 배인 울릉도 별미 오징어불고기
↑ 격자무늬 칼집마다 양념이 배인 울릉도 별미 오징어불고기

←도동항에서 싱싱한 횟감을 두고 벌이는 흥정도 볼거리다.

도동항 한켠. 주황색 천막 아래, 빠알간 대야에는 갓 잡은 오징어와 문어, 각종 횟감이 담겼다. 손님과 주인아줌마가 가격흥정을 하고 있을 때, 오징어 한 마리가 대야 탈출을 감행했다. "찍" 물을 쏘며 위로 돌진! 조금만 더 가면 바다인 것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시멘트 바닥에 철퍼덕 떨어지고 만다. 천막주인 아지매는 "야야, 야가 와이라노~"라며 문제의 오징어를 덥석 집어 빨간 대야에 넣는다. 힘 좋았던 그 녀석은 탈출시도를 한 덕에 흥정하던 손님의 횟감이 되고 말았다. 오징어 회는 한 접시에 만 원가량 한다.

오징어 얘기를 시작한 김에 오징어 불고기까지 이어가자.

오징어불고기는 오징어에 체크무늬로 칼집을 내고 다리는 먹기 좋게 썰어 고추장과 야채 양념을 해 철판에 구운 요리다. 식당에서는 '오삼불고기'라 해서 삼겹살을 같이 넣어 구운 것도 팔고 있었다. 칼집 낸 자리마다 윤기 나는 다홍색 양념이 배어 식욕을 돋운다. 자칫 강아지처럼 침이 주룩 흐를 것만 같다. 오징어는 익으면 질겨지므로 살짝 익었을 때 매운 김에, 뜨거운 김에, 허기진 김에 먹어야 맛있다. 1인분에 만원이며 도동항 근처의 쌍둥이식당(054-791-2737)을 주민에게 추천받았다.


"멩이짱아찌 맛있지요?! 쫌 사갈랍니까?"

오징어불고기 상차림에 등장한 명이 인기가 좋다. 이후로 밥상마다 오른 명이는 함께 한 길동무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울릉도 주민들이 '멩이짱아찌'라고도 하는 이 나물은 '명이'가 제 본명이다. '산마늘'이라고도 하는데 이름대로 산에서 나는 마늘이라 생각하면 된다. 2월 눈 덮인 산에서 채취하는 명이는 깨끗이 씻어 끓인 간장을 부어 담근다. 도동 '쌍둥이집' 아주머니는 "한 3, 4월 되면 집집마다 명이를 담가요. 설탕하고 식초 쫌(좀) 넣는 거 말고는 다른 거 넣는 거 없어요"라며 명이가 본래 마늘향이 난다고 강조했다. 겨울철 먹을 게 귀했던 시절 눈 속에서 자라는 이 나물을 먹으며 목숨을 이어 갔다 해서 '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명이는 울릉도 거의 모든 음식에 곁들여진다.
명이는 울릉도 거의 모든 음식에 곁들여진다.

대개 1kg씩 포장해 팔고 있으며 건어물상이나 특산물 판매점 뿐 아니라 식당에서도 판다. 가격은 10,000원. 명이를 파는 곳에선 어김없이 "명이는 색이랑 맛을 봐야 안다"며 맛배기를 준다. 종합해보면 "너무 크지도 않고, 뻣뻣해서도 안 되며, 오래된 건 색이 누렇다"는 게 요지. 외지인이 보기엔 그 명이가 그 명이거늘 집집마다 '멩이짱아찌' 맛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울릉도 더덕 먹으면 새벽까지 잠 못자~"

 울릉도에서 오징어만큼 자주 볼 수 있는 더덕

해안일주도로를 달리다 통구미 몽돌해변가를 지나 거북바위 앞에 멈춰 섰다. 바다를 마주하고 더덕판매소가 보인다. 주인아저씨는 "구경 좀 해도 되냐"는 말에 "울릉도에선 오징어보다 유명한 게 더덕"이란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울릉도 더덕은 심이 없어서 최상품이야. 이게 다 수출하는 거 아니요." 아저씨가 가리키는 손 끝에는 어른 손가락 세 개를 더한 만큼 큰 더덕들이 푸대에 그득그득 담겨있었다.
"요거는 5년산, 요거는 12년산" 애지중지 키웠을 더덕을 한 뿌리 잡더니 '댕강' 잘라 한점 건넨다. "남편들한테 이거 먹이면 새벽까지 못자. 껄껄껄" 질펀한 농을 건네면서도 표정은 천진하기만 하다. 한 편에선 보는데서 바로 갈아 주는 즉석더덕차가 한잔에 1,000원씩 팔리고 있었다.


육지에서 온 소는 '약소' 취급 안 해

울릉도에서 독도를 향하는 삼봉호에서 만난 이명숙씨(57․ 경기도 일산)씨는 울릉도 별미로 '약소 불고기'를 꼽았다. "좀 비싼 감이 있지만, 믿음직스러워서 좋았어요. 소고기 때문에 원채 시끄러우니까 울릉도 약소가 고맙게 느껴지더라고요. 다른 곳은 어떤가 몰라도 내가 먹은 식당에서는 자라는 소를 송아지 때부터 텔레비전으로 보여 주데요. 그러니까 믿음이 가고…."
울릉도에서 오징어만큼 자주 볼 수 있는 더덕
울릉도여행은 해안일주도로 여행의 다름 아니다.
울릉도여행은 해안일주도로 여행의 다름 아니다.
실제 울릉도에서는 약소의 맛과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울릉약소 전문 판매점을 지정운영하고 있다. 주민 말에 따르면 "뭍에서 들여온 소는 약소불고기 지정업소에서는 팔 수 없고, 송아지로 들여온 경우에도 3년 이상 울릉도에 자라야만 약소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울릉도 사동에 있는 울릉가든에서 약소불고기를 맛봤다.
육회를 즐기지 못하는 기자 일행의 촌스러운 입맛에도 불구하고 생고기가 먹음직스러워 보인 건 힘든 뱃멀미에 시달린 탓일까. 달궈진 불판에 도톰한 고기가 오르자 "치르르르~" 익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한다. "오래 구우면 맛이 없으니까 조금씩 구워서 얼른 얼른 드셔야 해요". 음식을 내 주시던 아주머니가 불판 가득한 고기를 보고 한마디 훈수를 두신다.

울릉도에서 나는 다양한 나물을 먹고 자란 '약소' 육지 소와 달리 육즙이 많지 않고 향이 나는게 특징
울릉도에서 나는 다양한 나물을 먹고 자란 '약소'
육지 소와 달리 육즙이 많지 않고 향이 나는게 특징

약소불고기는 약초 먹고 자란 소냐고 묻자, 약초를 따로 먹이는 건 아니란다. 이게 웬 반전?! 설명은 이랬다. "울릉도에서는 고비나 전호, 부지갱이 같은 게 많이 나는데, 나물들을 베고 나면 길게 자란 대를 소에게 먹인다. 약소라고 해서 한약에 들어가는 그런 약을 먹는 게 아니라, 청정자연에서 자라는 나물을 먹고 자란 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울릉약소는 육지의 그것과 달리 육즙이 많지 않은 편. 양념을 따로 찍어 먹지 않아도 고기 자체에서 독특한 맛이 우러나온다. 특히 명이와 쌈을 싸먹는 맛은 '환상의 짝꿍'이다. 본래 하나의 음식이 둘로 나뉘었다 할 만큼 잘 어우러지는 맛이다.
'소고기마니아'라면 울릉군홈페이지나 울릉도 유선방송을 통해 '소 잡는 날'을 확인하고 가도 좋겠다. 홈페이지와 유선방송에 "오늘은 홍길동씨네 소 잡는 날"과 같이 공지를 띄운다. 약소불고기는 일인분에 15,000원. 울릉가든(054-791-0990)과 암소한마리식당(054-791-4440), 한우식육식당(054-791-4869)가 유명하다.


팔도강산 다 있는 산채비빔밥이건만,

"울릉도에서 산채비빔밥 안먹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홍합밥과 산채비빔밥도 울릉도 특산물로 꼽힌다. 홍합밥은 홍합에 야채를 섞어 밥을 쪄서 만든다. 간장이나 고추장에 비벼 먹기도 하지만, 홍합에 염분이 많아 양념을 따로 하지 않고도 맛이 괜찮다. 울릉도에서는 전복죽과 더불어 영양식으로 즐겨먹던 음식이다.
오색찬란한 나물의 향연 대신 엇비슷한 색깔의 나물로 채워진 산채비빔밥도 울릉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전국 팔도 산이며 강이며 어딜 가든 맛볼 수 있는 게 산채비빔밥이지만, 울릉도의 그것은 다르다.
울릉미역취와 섬부지갱이, 삼나물, 고비 땅두릅 등을 넣어 눈으로 볼 수 없는 나물맛의 고소함과 깊이를 준다. 홍합밥은 10,000원, 산채비빔밥은 8,000원 선이다. 홍합밥은 도동1리에 보배식당(054-791-2683) 산채비빔밥은 추산일가식당(054-791-7788)이 알려져 있다.

비경과 사람 사이 별미가 있어
울릉도의 영양밥인 홍합밥. 홍합과 야채로 밥을 짓는다.
울릉도의 영양밥인 홍합밥. 홍합과 야채로 밥을 짓는다.
화려한 꾸밈 없이 울릉도 나물들로 맛을 내는 산채비빔밥
화려한 꾸밈 없이 울릉도 나물들로 맛을 내는 산채비빔밥
검푸른 바다빛과 삼선암을 비롯한 공감, 관음도 등의 크고 작은 섬들이 울릉도를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검푸른 바다빛과 삼선암을 비롯한 공감, 관음도 등의 크고 작은 섬들이 울릉도를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울릉도는 어디를 가도
비경(祕境)이다. 사람들은 비경을 즐기려 행남등대 해안산책로를 걷고, 성인봉을 오르고, 일주도로를 달린다. 그리고 표현하기도 힘든 비경 사이엔 언제나 음식이 있다. 비오는 날 울릉도 트레킹에 나선 중년 아저씨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줄 홍합밥이 있고, 제 얼굴만큼 커다란 이어폰을 끼고 지도를 살피던 20대 여대생의 주머니에는 혼자 걷는 길을 위로해줄 달달한 울릉도 호박엿이 있다.
동창들과 함께 여행 온 수원댁은 간만에 느끼는 자유에 약소불고기가 있어 두 배로 행복해 지고, 독도 가는 길에 만난 안동아저씨는 주민에게 배운 낚시비법으로 잡은 횟감 생각에 행복하다. 그렇게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은 가슴 떨리도록 아름다운 비경과 사람사이를 메우고 있었다.



<여행정보>

울릉도 여객선
운항로
선명
육지출항
울릉출항
소요시간
요금
포항↔울릉
썬플라워호
10:00
16:00
3시간
49,000원
후포↔울릉
씨플라워호
부정기운행
부정기운행
3시간
42,500원
묵호↔울릉
씨플라워호
부정기운행
부정기운행
3시건
42,500원
한겨레호
10:00
15:00
2시간 20분
42,500원
울릉도 호박엿 뱃길따라
"울릉도 호박엿 뱃길따라~"

※포항여객선터미널을 이용할 경우 요금에 여객선터미널 이용료(1,500원) 전산매표수수료(600원)이 추가된다.
여객선 운행은 성수기와 동절기에 변동사항이 있으므로 반드시 문의하고 예약하는 게 좋다. 포항과 묵호여객선터미널의 주차장은 유료이며, 썬플라워호는 차량적재가 가능하다. 또 울릉도에는 LPG 충전소가 없으므로 LPG 차량은 가져가면 안된다.

대아고속해운 http://www.daea.com
포항여객선터미널 054)242-5111~2 1600-1877 ☆포항여객선터미널 자세히 보기
묵호여객선터미널 033-533-8676

묵을 곳

사동리의 울릉리조트 대아호텔(054-791-8800), 울릉마리나관광호텔(054-731-0020)이 규모가 크고 깨끗해 유명하다. 추산일가펜션(054-791-7788)은 송곳산을 마주보는 해안 절벽에 지어져 있어 풍광이 좋다. 도동항 근처에 모텔과 여관이 많다. 독도행 여객선(오전 7:00 출발)을 탈 계획이라면 도동항 근처에 숙소를 잡는 게 좋다.

▶울릉도 관광지 및 교통편 자세히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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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에 취하고 안주에 
반하고 가격에 쓰러지다 - 명물기행 전주막걸리촌
막걸리에 취하고 안주에
반하고 가격에 쓰러지다


- 명물기행 전주막걸리촌

술을 주문하면 맛깔난 안주가 줄줄이 따라 나온다? 그것도 모조리 공짜에 심지어는 업그레이드까지 된다는 사실. 도시의 깍쟁이 상술에 지친 이들에게 고향의 인심을 느끼게 해주는 전주막걸리촌 얘기다. 술 마시며 안주 고민, 주머니 걱정은 이제 그만!

손님이 오히려 주인의 이문 걱정을 해주는 전주막걸리촌에서 기분 좋게 한잔 꺾었다.
손님이 주인을 걱정해주는 곳
오후 5시가 막 넘은 시간. 술을 마시기엔 다소 이른 초저녁이지만 조금만 늦게 가면 앉을 자리도 없다는 소리에 서둘러 삼천동을 찾았다. 해가 길어진 탓에 아직은 한산하다.
10개 남짓 자리 중 이미 거나하게 취한 한 테이블과 이제 막 자리를 시작한 중년 남자 세 명이 차지한 테이블 두 개가 전부다. 하지만 6시를 넘기기 무섭게 10여 분 차이로 모든 자리가 꽉 들어찼다.

전주에는 막걸리촌이 여러 군데 조성되어 있다. 한때 맥주와 소주에 밀려났던 막걸리가 6~7년 전부터 막걸리촌을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은 삼천동에만 30여 군데의 막걸리집이 생겨났고 서신동과 경원동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에서 막걸리를 파는 방법이 참 희한하다. 1만2000원짜리 막걸리 한 주전자만 시키면 안주는 모조리 공짜이기 때문이다. 기본 안주라고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꼴뚜기회, 게장, 조기매운탕, 관자, 부추전, 갈치조림, 날치알무침 등은 푸짐할 뿐더러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또 손님이 올 때마다 음식을 바로바로 만들어내는 것도 전주막걸리촌만의 경쟁력으로 통한다.


경남 통영에는 ‘다찌’라는 독특한 술 문화가 있는데 술값을 조금 더 받는 대신 안주는 공짜인, 주당들이 들으면 반색할 만한 아주 ‘착한’ 문화다. 지역은 다르지만 전주막걸리촌도 통영과 비슷한 점이 많은 듯 싶다. 아마도 인심 좋고 먹을거리가 풍성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습성이 아닐까 싶은데, 술을 마시는 손님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어 좋지만 정도가 황송해 값을 치를 때는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맥주에서 탁주로의 회귀
전주에서 가장 많은 막걸리집이 모여 있다는 삼천동에서도 원조로 통하는 용진집(사전조사를 해보니 용진집이 여러모로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이라는 막걸리집을 찾았다. 사실 처음엔 막걸리촌이 번화가 한쪽 골목에 모여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평범한 주거지 주변에 들어서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올 수 있는 거리라는 점도 좋고 호객행위 없는 깔끔한 분위기도 마음에 들지만 유흥가에서 도서관이나 아파트가 지척인 건 이곳도 비켜갈 수는 없었던 모양인가 보다. 7년 전 처음으로 이런 막걸리집이 생겨날 때까지만 해도 주변은 대부분이 호프집이었다고 한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용진집의 상차림. 언제 다 먹으려나. 기본으로 제공되는 용진집의 상차림. 언제 다 먹으려나.
그런데 용진집(063-224-8164)에서 처음으로 안주를 공짜로 주는 막걸리 장사를 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장사가 잘 되자 주변에서도 하나둘 업종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7년이 지난 지금은 막걸리집이 30여 군데로 늘어났고 서신동이나 경원동 동부시장 뒤편, 송천동 등에도 막걸리촌이 생겨났다. 이제 전주에서만큼은 막걸리 따로, 안주 따로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또 전주시에서는 막걸리촌 지도를 제작하는 등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까지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오늘 한번 달려볼까?


이렇게 안주가 푸짐한데 건배를 안 할 수가 없지~!
이렇게 안주가 푸짐한데 건배를 안 할 수가 없지~!
“어지간하면 기본에 많이 깔아줄려고 하지. 원래 막걸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안주는 많이 안 먹거든. 그래도 그때그때 재료 나는 걸로 이것저것 만들어줄라고 해.”

용진집 송용자 사장의 설명이다. 여름엔 좀 늦게들 오지만 겨울엔 오후 5시도 안 돼 자리가 꽉 찬다고 한다. 하루에 대략 팔리는 막걸리는 주전자로 치면 70여 개. 한 주전자에 막걸리 세 병이 들어간다고 하니 200병이 넘는 양이다. 전주 전역으로 치면 어마어마한 양일 것이다.
전주에서 맛볼 수 있는 막걸리는 전주주조에서 만드는 밀막걸리다. 서민층에서 즐겼던 만큼 쌀 대신 순밀가루만을 이용하는데, 첫 맛은 약간 톡 쏘고 달달한 것이 포천막걸리와도 비슷하다. 다만 요즘은 탁하게 마시는 것보다 가라앉혀 윗부분의 맑은 술만 마시는 게 대세라고. 배도 덜 부르고 다음날 숙취도 덜하다는 게 이유다.

맥주나 소주로 술을 배운 젊은 사람들은 막걸리 맛을 잘 모르는 까닭일까,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막걸리로 술을 배운 30대 후반 이후가 주를 이룬다. 이들에게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전통음식이란다. 자연발효로 인해 생겨난 살아 있는 효모 때문이라고 하는데 몇몇 막걸리집 벽에는 ‘막걸리의 효능’ 이 마치 녹차나 복분자 효능 얘기하듯이 걸려 있다. 실제 막걸리의 활성효모는 인체에 필요한 소화 효소 및 무기물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고 단백질과 비타민은 피부미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을 마시고도 피부가 뒤집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좋아진다니 여성 주당들이 반길 만한 일이다.

막걸리
“앉힌 걸로 드실랑가?”
“앉힌 게 뭔데요?”
“아따 가라앉힌 거랑 탁한 거 중에 어느 거 드실거냐고잉.”

대화를 들어보니 손님은 전주 사람이 아닌가보다. 대전에서 왔다는 이들 남녀 세 명은 하도 ‘ 전주막걸리~ 전주막걸리’ 소리를 듣던 차에 오늘은 벼르고 전주엘 왔다고 한다. “이제 겨우 2차(주전자 두 개째)인데 5차는 가야지 하지 않겠냐” 며 전의를 불태운다. 업그레이드 안주의 끝이 어디일지 궁금하다는 얘기다.
아까부터 옆자리에서 마시고 있는 사람들은 벌써 거나하게 취했나 한창 정치 얘기며 아파트 시세 얘기에 열을 올리는 것 같더니, 고구마막걸리를 한번 마셔보라며 이쪽까지 참견한다. 맑은 보랏빛에 맛도 순한 게 먹을 만하다. “전주막걸리는 맛도 맛이지만 안주도 마구잡이로 구색 맞추는 게 아니고 하나하나 정성을 들인다” 며 얘기가 전주막걸리 자랑으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하는 말도 걸작이다.

“우리 나이 되면 집에 맨송맨송하게는 못 들어가.
이렇게 일주일에 두세 번은 여기 와서 알딸딸해져야 들어가는 거지. 자네들도 내 나이 되어보면 알 것잉게.”

- 글·사진 서태경 기자 (www.ktsketch.com)
 

Tip
가격은 막걸리 한 주전자당 1만2000원으로 정해져 있고, 한 주전자에는 막걸리 세 병이 들어간다.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할 경우엔 두 병만 넣어달라고 미리 부탁하자. 소주와 맥주도 마실 수 있는데, 가격은 두 병 기준으로 1만2000원. 영업시간은 오후 4~5시경부터 다음날 새벽 1시 정도까지다.

 
Info 삼천2동사무소, 삼천동우체국 골목에 막걸리집이 모여 있다. 전주 시내에서 택시를 타면 대부분 3000~4000원이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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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군산의 소문난 맛집 총집합! 소박하고 정직한 남도의 맛

음식에 있어서 군산 사람들은 양보라는 것을 모른다. 한번 눈 밖에 나면 절대 다시 찾지 않는다는 까다로운 군산 사람들도 인정한 군산을 대표하는 맛집. 지금 식도락가를 위해 알짜 정보를 살짝 공개한다.

푸짐한 밥상의 원동력, 군산 앞바다와 넓은 평야
흔히들 전라도에선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절대 과장 섞인 표현이 아니다. 빡빡한 도시 인심에 길들여진 이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할 산해진미가 그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넓은 들판과 바다를 두루 품고 있어 예로부터 먹을거리가 풍부했던 군산은 전주와 함께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맛의 고장이다. 게다가 관광객들로 인해 전주가 예전에 비해 지방색을 많이 잃은 것에 비하면 군산 음식엔 여전히 소박하고도 정직한 맛이 살아있다. 그럼에도 전주나 여수, 목포 등과 비교해 아직 군산의 음식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알고 보면 군산 사람치고 입맛 까다롭고 미식가 아닌 사람이 없다. 푸짐한 것은 기본이며, 가격 또한 저렴해야 한다는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장사하는 사람이 아닌 철저하게 손님 위주로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군산 음식은 생선탕과 장류(게장), 그리고 활어회가 대표적인데, 다른 곳에 비해 기본 반찬(일명 스끼다시)이 많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군산의 여느 식당에서 백반 하나를 시켜도 기본 7~8가지 반찬과 찌개가 따라 나와 계산을 할 때는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해망동에는 수산물종합센터가 있어 수시로 수산물 공급이 가능하고 인근에는 단일 식당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횟집인 군산횟집이 있다. 1982년 처음 문 연 군산횟집은 ‘군산횟집’ 이라는 상징적인 상호를 전국에 확산시킨 주역이기도 한데, 이곳의 ‘스끼다시’ 는 군산 내에서도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한편 일제시대와 관련된 식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나라스께라고 불리는 울외장아찌는 군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으로 여수나 광주 등에서도 생산되지만 군산이 전국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길 원하는 깐깐한 사람들에게 군산만큼 매력적인 곳도 없을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 는 말이 밥상에 그대로 반영된 곳, 지금 군산엔 행복한 미식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맛 하나! 한주옥의 ‘회정식

한주옥의 ‘회정식’

◇ 메뉴 : 회정식 1인 1만원(2인분부터 주문가능), 생선백반 6000원
◇ 문의 : 063-445-6139 691-837-2453
군산을 대표하는 생선탕과 회, 찜, 게장 등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그것도 1인당 1만원이라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가격으로 말이다. 활어회는 물론 농어와 도다리 등 제철 생선으로 끓인 매운탕, 그리고 꽃게장과 아구찜까지 모두 한 상에 차리는 회정식집이 영화동에 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맛이나 양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매일 해망동 수산물센터에서 직접 싱싱한 해산물을 공수하고 꽃게 같은 재료는 제철에 미리 냉동보관을 해두는 등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주인장의 수고가 남다르다. 차려진 음식을 한두 번씩만 집어 먹는다 해도 젓가락을 대보지도 못하는 반찬이 있을 정도로 가짓수가 많다. 소모임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간척지 쌀과 보리가 맛있다는 건 미식가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일제시대부터 간척사업이 시작된 군산에서는 일대에서 생산되는 보리쌀을 이용한 비빔밥은 물론 보리를 이용한 고추장과 된장 등이 발달했다. 은파음식점단지에 있는 두메골은 보리밥과 제철 나물을 맛볼 수 있는 곳. 취나물과 고구마순, 돌미나리, 보리를 갈아 넣은 열무김치 등을 넣고 비빈 뒤 싱싱한 채소에 싸 먹으면 별미다. 부드럽고 고소한 보리밥 맛도 그만이고 상에 내는 반찬 모두 군산 일대에서 생산되는 것만 사용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 반찬으로 내는 절임 음식 중에는 가을에 갈무리해두는 감장아찌가 별미다.
맛 둘! 두메골 ‘보리비빔밥’
두메골 ‘보리비빔밥’

◇ 메뉴 : 보리비빔밥 6000원, 청국장 6000원, 생홍어 3만~5만원
◇ 문의 : 063-461-0611 641-399-2453

맛 셋! 청기와의 ‘3000원 간장게장 백반’
청기와의 ‘3000원 간장게장 백반’

◇ 메뉴 : 간장게장 백반 3000원(2인분부터 주문 가능), 복찜 4만~6만원, 아구찜 3만~5만원
◇ 문의 063-453-4852 869-652-2453
간장게장 하면 비싼 음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군산에서라면 이런 생각을 잠시 접어두자. 크기는 작지만 1인당 게장 한 마리에 6~7가지 반찬과 찌개가 나와 손님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간장게장 백반집이 있다. 다소 외진 곳에 있어 2년 전부터 점심 손님을 저녁 손님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3000원에 백반을 팔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식사 시간이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게장이 달지 않아 질리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게장은 포장 · 택배 판매도 가능하다.
맛 넷! 대가의 ‘꽃게장’
 대가의 ‘꽃게장’

군산IC 부근에 있는 대가는 국내산 꽃게장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꽃게장을 먹을 때는 반찬이 따로 필요 없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식집만큼이나 다양한 반찬이 나와 무엇부터 먹을지 고민을 하게 만든다. 꽃게에 알이 가득 차는 봄철에 대량으로 구매해 급속냉동한 뒤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양념을 한다. 다른 집과 달리 간장을 세 번이나 달이는데 이때 황기 등 10여 가지의 한약재가 들어가는 게 깔끔하고 고소한 게장 맛의 비법이다. 양념이 짜지 않아 수저로 떠먹을 수 있을 정도다.

◇ 메뉴 : 꽃게장 1인분 1만7000원, 꽃게탕 4만~6만5000원
◇ 문의 063-453-0831 191-748-2463
1940년대 중반까지 군산에 많이 살았던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절임 음식이다. 큰참외라고도 하는 울외를 술지게미(술을 거르고 난 뒤 남은 찌끼)에 넣고 숙성시킨 발효음식으로, 성산면 창오리가 울외 농사에 적합한 토질과 기후를 갖고 있어 전국 울외장아찌 생산의 80%를 맡고 있다. 잘 익은 울외의 속을 파내고 설탕에 3일가량 절인 뒤 술지게미에 넣고 최소 3개월 이상 발효를 시키면 아삭아삭한 울외장아찌가 만들어진다. 달짝지근하지만 뒷맛이 깔끔해 밑반찬은 물론 김밥재료, 술안주 등으로도 잘 어울린다. 썰어서 그대로 먹어도 되고 참기름과 참깨, 마늘 등과 무쳐 먹으면 더 맛있다. 특히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에 입맛을 살려주는 데 그만이다. 생산장에서 직접 살 수도 있고 택배로 주문도 가능하다. 1kg 기준으로 8000원.
맛 다섯! 울외장아찌 ‘나라스께'

-"울외장아찌

◇ 문의 주연식품 063-453-2396, 630-790-2463

맛 여섯! 쌍용반점 ‘짬뽕’

군산에서 쌍용반점 짬뽕을 모르면 간첩이다. 이것저것 해물을 넣는 대신 제철 조개를 넉넉히 넣어 끓인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짬뽕을 주문하면 커다란 그릇도 함께 나오는데, 조개를 발라 먹고 껍질을 버리라는 뜻. 1, 2층을 합쳐도 테이블이 1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담한 규모지만 항상 손님들로 북적인다.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식사시간에 가면 10~20분은 기다려야 한다. 계절에 따라 바지락이 들어갈 때도 있고 동죽이 들어갈 때도 있는데, 진한 국물맛 만은 변함이 없다.
◇ 메뉴 : 짬뽕, 우동 각 5000원
◇ 문의 : 063-443-1259 677-877-2453

맛 일곱! 콩나물국밥

전주와 가까운 까닭에 콩나물국밥을 맛볼 수 있는 곳도 여럿 있다. 전주에서 삼백집이나 왱이집이 등이 유명하다면 군산에서는 월명동의 일해옥(063-443-0999)과 나운동 예림옥(063-462-4309), 시청 근처의 별미콩나물국밥(063-452-2134) 등이 유명하다. 아침식사로 특히 선호해 24시간 영업하는 집이 많다. 전주와 마찬가지로 국밥을 시키면 반숙 달걀이 함께 나오는데 맑은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송송 썬 고추와 잘게 부순 김 등을 넣고 미리 먹으면 되고, 걸쭉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달걀을 국물에 섞으면 된다. 막걸리에 인삼, 대추, 꿀 등을 넣고 끓인 모주 역시 콩나물국밥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다. 모주와 국밥을 함께 주문해도 1인분 가격이 5000원밖에 되지 않아 부담이 없다. 콩나물과 밥은 리필이 가능하다.

- 글·사진 서태경 기자
- 취재협조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0-6110 hope.guns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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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 빛나는 마을 영월서별도 따고 한우도 먹고
영화 라디오스타 콘서트를 여는 엔딩씬 장소로 쓰여진 별마로천문대
영화 라디오스타 콘서트를 여는 엔딩씬 장소로 쓰여진 별마로천문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라디오는 내 친구’ 라는 CM송처럼 늦은 밤 친구가 되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라디오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TV나 인터넷과 달리 오래된 친구처럼 도란도란 밤새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라디오에 얼마나 많은 속내를 털어놓았던가. 남몰래 좋아하던 짝사랑에게 슬며시 연애편지를 띄우기도 했고 시험에 관한 고민, 삶에 관한 고민 등을 또박또박 편지지에 써 보내기도 했었다. 그뿐이랴. 좋아하던 가수의 노래를 신청하기 위해 매일 관제엽서에 신청곡을 적어 보내던 것이 불과 몇 해 전인데… 어느덧 라디오는 도로의 교통사정을 알기 위해서나 찾는 잊혀진 친구가 되어버렸다. 매일 만나 떡볶이를 먹고 수다를 떨고 또다시 헤어진 그날 저녁에 전화하던 그런 친구였던 내 친구 라디오는 내 키가 한 뼘씩 자랄 때마다 점점 잊혀져 갔다. 그런 라디오가 다시금 우리 곁을 찾아온 것은 몇 년 전 흥행한 영화 <라디오 스타>를 통해서다.


#1 영월, 라디오스타, 그리고 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섶다리 마을에 새로운 명물이 등장했다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섶다리 마을에 새로운 명물이 등장했다


#2 섶다리마을에 뜬 새로운 스타 ‘다하누촌마을’

곰방대를 입에 문 촌로들의 모습만 간간히 보였던 낡은 다방, 사람이 드나들지 않아 파리가 날렸던 식당, 하얗게 먼지 묻은 상품이, 그것도 듬성듬성 진열된 슈퍼….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간 조그만 시골마을, 강원도 영월 주천리 쌍섶다리 마을에 외지차들이 몰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바로 다하누촌이 생겨나면서부터다.

한우를 구매하고 있다 매일 갓 잡은고기를 손질한다
[왼쪽/오른쪽]한우를 구매하고 있다/매일 갓 잡은고기를 손질한다
다하누촌에 온 방문객들
다하누촌에 온 방문객들

섶다리마을 다하누촌은 이름 그대로 ‘모든 것이 다 한우’ 라는 뜻이다. 주말이면 이곳은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야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사실 한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믿을 수 있고 맛있지만 비싼 고기’ 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다하누촌에서만큼은 그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준다. 영월, 평창, 횡성, 안동 등지에서 공수해온 질 좋은 1등급 한우를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지갑의 직장인들도 5만원이면 가족들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 이렇게 토종 한우가 저렴한 가격이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육, 도축, 판매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유통과정을 축소하여 시중에 유통되는 소고기 값의 높은 유통마진을 과감히 줄였기 때문이다.
처음 정육점 1개와 식당 5개로 시작한 다하누촌은 현재 정육점 7개 식당 29개로 조성되어 있는데 식당들 이름 또한 재미나다. 원래는 주천읍 시내 중국집이었다는 상하이점, 다방 이름을 그대로 따서 민다방점, 석류점 등 개성만점인 이름들이 많다. 다하누촌의 큰 특징은 바로 정육점에서 등심, 갈비살, 안창살 등 원하는 부위의 한우고기를 사다가 인근 다하누식당으로 가서 소위 테이블세팅비 2500원만 지불하면 즉석에서 신선한 고기를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 와인을 곁들여 고기를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아 와인 전문점도 들어서 있어 여느 레스토랑처럼 낭만적인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다.
섶다리마을 다하누촌은 이름 그대로 ‘모든 것이 다 한우’ 라는 뜻이다. 주말이면 이곳은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야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사실 한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믿을 수 있고 맛있지만 비싼 고기’ 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다하누촌에서만큼은 그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준다. 영월, 평창, 횡성, 안동 등지에서 공수해온 질 좋은 1등급 한우를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지갑의 직장인들도 5만원이면 가족들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 이렇게 토종 한우가 저렴한 가격이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육, 도축, 판매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유통과정을 축소하여 시중에 유통되는 소고기 값의 높은 유통마진을 과감히 줄였기 때문이다.
처음 정육점 1개와 식당 5개로 시작한 다하누촌은 현재 정육점 7개 식당 29개로 조성되어 있는데 식당들 이름 또한 재미나다. 원래는 주천읍 시내 중국집이었다는 상하이점, 다방 이름을 그대로 따서 민다방점, 석류점 등 개성만점인 이름들이 많다. 다하누촌의 큰 특징은 바로 정육점에서 등심, 갈비살, 안창살 등 원하는 부위의 한우고기를 사다가 인근 다하누식당으로 가서 소위 테이블세팅비 2500원만 지불하면 즉석에서 신선한 고기를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 와인을 곁들여 고기를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아 와인 전문점도 들어서 있어 여느 레스토랑처럼 낭만적인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다.

1등급 한우를 이용한 신선한 생고기쫄깃쫄깃한 육회
[왼쪽/오른쪽]1등급 한우를 이용한 신선한 생고기/쫄깃쫄깃한 육회(우)

백문이불여일견이라 직접 고기를 맛보기로 했다. 평일인데도 다하누촌 간판을 단 식당 어디를 가도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먼저 정육점에서 고기를 산 다음 마음에 드는 식당을 골라 들어가면 된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바로 고소한 기름소금에, 된장에, 현지에서 직접 길러낸 야채, 각종 반찬들이 한상 가득 차려진다. 달궈진 불판에 선홍색의 고기 사이로 마치 눈꽃을 피우듯 하얀 마블링이 환상적인 등심을 올려놓는다. 노릇노릇 핏기가 약간 가시자마자 하나를 집어 기름소금에 찍어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1등급 우리 한우라는 믿음을 차치하고라도 고기 맛은 정말 일품이다. 입안 가득 젖어드는 육즙, 혀끝에서 살살 녹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육질이 기가 막힌다. 수입산 쇠고기가 싸고 좋다한들 절대 따라갈 수 없는 한우의 맛은 뭐니뭐니해도 육회. 육회는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다하누촌의 육회는 산지에서 갓 잡아온 고기라 신선할 뿐 아니라 굳이 양념을 하지 않더라도 고소한 것이 쫄깃쫄깃 입안에서 사르르 풀어진다. 이제껏 맛본 육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 가격도 아주 저렴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고기를 종류별로 맛볼 수 있는 한우모듬세트도 인기가 좋다.

다하누촌은 이외에도 쌍섶다리 재현축제, 꼴두국수축제, 생고기축제, 야생화 축제 등 매월 다른 주제로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한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쇠고기 수입으로 위협받고 있는 우리 한우 시장을 지키고 축산 농가를 일으키는 가치 있는 일인 것이다. 아직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수입쇠고기보다는 우리 한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 3 화전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오랜 벗 ‘꼴두국수’
화전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오랜 벗 ‘꼴두국수’

무거운 이야기일랑 일단 접어두고 영월의 또 다른 별미를 찾아나서보자. 그 두 번째는 바로 이름도 재미난 꼴두국수. 1960 ~ 70년대 보릿고개를 넘겨야만 했던 가난했던 시절, 물릴 정도로 많이 먹어 더 이상 ‘꼴도 보기 싫다’ 고 해서 불리어진 이름이라 한다. 다하누촌 근처에 위치한 신일식당이 대표적 맛집. 넓적하게 뽑아낸 국수를 묵은 김치와 함께 푹 삶아내는데 구수한 메밀의 향과 얼큰하고 걸죽한 국물 맛이 그야말로 일품. 한 그릇 비우면 배가 단단해진다. 가만 생각해보니 꼴도 보기 싫다며 천대받던 국수가 새로운 별미로 재탄생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주제로 매년 축제도 열린다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배도 한껏 채워졌으니 이제 풍경을 보러 떠나보자. 영월은 래프팅으로 유명한 동강의 힘과 서정적 풍경이 흐르는 서강의 멋을 함께 지니고 있다. 보통 동강을 물길 험한 남성적 상징의 수강이라고 한다면, 서강은 보통 물길이 순한 여성적 상징의 암강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강은 오밀조밀한 산세와 더불어 들판을 감싸 안으며 흐른다. 그리하여 서강의 깊고 잔잔한 물줄기는 병풍처럼 펼쳐진 신선바위와 함께 아름다운 선암마을을 휘감으며 선돌과 단종의 첫 유배지인 청령포로 흘러들어간다.


#4 서강 물길이 빚어낸 한반도를 쏙 빼닮은 선암마을
선암마을에 가면 그토록 소망하는 통일된 한반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선암마을에 가면 그토록 소망하는 통일된 한반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먼저 삼면이 바다인 우리 땅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으로 서강변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선암마을을 찾았다. 평창강과 주천강이 합쳐지기 전 강물이 크게 휘돌아치면서 만들어진 이 특이한 지형은 최근 서강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삼밭 주위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산을 15분 정도 오르니 한반도 지형을 쏙 빼닮은 선암마을이 앞에 나타난다. 선암마을은 강을 끼고 동쪽은 높은 절벽에 나무가 울창한 반면, 서쪽은 경사가 완만한 평지에 가깝다. 또한 북쪽으로는 백두산, 남쪽으로 포항의 호미곶과도 같은 산과 곶이 오묘하게도 자리하고 있다. 실제 한반도의 모습이 그려진 안내판이 있는 전망대에 서서 가만 바라보고 있노라면 얼마 전 우주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소연씨가 한 인터뷰가 생각났다. 우주에서 보니 한반도는 하나더라는 것. 굳이 우주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선암마을 물굽이 속에도 통일된 한반도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5 단종의 눈물 흐르는 육지 속 작은 섬 청령포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울었다하여 지어진 관음송과 망향탑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울었다하여 지어진 관음송과 망향탑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울었다하여 지어진 관음송과 망향탑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울었다하여 지어진 관음송과 망향탑

영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단종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단종의 한과 넋이 서려있는 곳이 또한 영월이기 때문이다. 첫 유배지인 청령포와 사약을 마시고 승하한 관풍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시를 남겼던 자규루, 그리고 주검이 묻힌 장릉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단종의 고혼과 충신들의 넔이 살아 숨쉰다. 청평포는 동, 남, 북 삼면이 물로 둘러쌓이고 서쪽으로는 육육봉이라 불리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있어 나룻배를 타지 않고서는 출입할 수 없는 마치 섬과도 같은 곳이다. 단종은 이 적막한 곳에서 외부와 단절된 유배생활을 했던 것이다. 남한강 상류의 지류인 서강이 곡류하여 반도모양의 지형을 이룬 청령포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경치가 오히려 슬픈 비극과 대조를 이룬다.

청령포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소나무인 수령 600년 된 관음송이 쓸쓸히 서 있다. 단종이 유배생활을 할 때 두 갈래로 갈라진 이 소나무에 걸터앉아 쉬었다고 전해지는데 이 소나무가 단종의 유배당시 비참한 모습을 보았고, 그의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관음송으로 불려지게 된 것이라고. 이 후 나무는 슬퍼하는 듯 계속 두 갈래로 갈라져 뻗어 자라오고 있다. 외에도 금부도사 왕방연이 단종께 사약을 진언하고 한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통한 심정으로 청평포를 바라보면서 시조를 읊었던 곳에 세운 왕방연시조비, 망향탑, 단종어소들도 있다.
주변의 소나무가 능에 절을 하듯 틀어져있는 장릉
주변의 소나무가 능에 절을 하듯 틀어져있는 장릉

이 청령포에 유배된 단종이 홍수로 인해 옮겨와 머물던 증에 세조의 명으로 17세의 나이로 죽임을 당한 곳이 바로 관풍헌이다. 그 주검은 동강에 그냥 버려졌는데 후한이 두려워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데 호장 엄홍도가 그 시신을 수습해 지금의 장릉에 암장했다고 전해진다. 능 주위로 울창한 소나무숲이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는데, 이 소나무들 모두가 능에 절을 하듯 틀어져 있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이처럼 단종 유배지로 잘 알려진 영월이지만 동강사진박물관, 영월책박물관, 김삿갓문학관, 조선민화박물관 등 최근 곳곳에 많은 박물관들이 생겨나면서 역사문화 기행지로도 크게 각광받고 있다.


#6 어느 늦은 봄, 영월 라디오 방송국 앞에서

비록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촘촘하게 별이 빛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벗 삼아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은 채 최고급 한우를 썰며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곳 영월 그 옛날 라디오에 보내던 편지처럼 순수한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영월을 찾는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초여름 햇살에 부서지며 까르르 꽃망울 터뜨리는 사연부터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 떠나 행복했었다는 흐뭇한 사연, 밤하늘의 별을 선물해 프러포즈에 성공했다는 사연까지… 오늘도 영월에는 밤하늘 별처럼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사연들로 가득하다.


<여행 즐기기>

◎ 다하누촌 가는 방법
* 서울 - 경부/중부고속국도- 영동고속국도- 만종분기점(중앙고속국도)- 신림IC - 영월, 주천방향 - 주천면 - 섶다리마을 다하누촌
* 부산 - 남해지선 - 내서IC(구마고속국도)- 대구금호분기점(중앙고속국도)- 제천IC - 주천방향 - 주천면 - 섶다리마을 다하누촌
◎ 영월 다하누촌 문의 : 033-372-0121
◎ 꼴두국수 맛난 집 : 영월군 주천면 주천리에 있는 신일식당(033-372-7743)의 꼴두국수, 메밀막국수. 시설이 깨끗한 제천식당(033-372-7147)도 있다.
◎ 한반도지형(선암마을) 가는 방법
* 중앙고속 도로 신림 나들목 ~ 주천 영월방면 88번 지방도 ~선암마을
◎ 청령포 가는 방법
* 서울 - 경부, 중부고속국도 - 신갈, 호법분기점(영동고속도로) - 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 - 제천IC(38번국도) - 청령포 IC - 청령포좌회전(59번국도) - 청령포
◎ 장릉 가는 방법
* 서울 - 경부. 중부고속국도 - 신갈.호법분기점(영동고속도로) - 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 - 제천 I.C(38번국도) - 서영월 나들목 - 장릉방향 우회전(59번국도) - 장릉
◎ 영월 대표관광지 : 섶다리마을, 호야지리박물관, 요선정, 영월화석박물관, 책박물관, 별마로천문대
◎ 영월 관광안내 및 문의
*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370-2531/1577-0545/www.ywtour.com

 
한국관광공사 국내온라인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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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의 별미, 포항물회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동해안 남부, 영일만에 겨울이 가까워지면 이곳을 찾는 전국 미식가들의 발길도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한다.
고래고기와 대게로 유명한 울산과 영덕을 비롯해 호랑이 모양의 반도 땅의 꼬리부분에 해당하는 포항시 구룡포의 과메기등 동해안의
바다 맛을 즐길 수 있는 별미들이 속속 미각을 유횩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한장 풍어를 누리던 시절에 비하면 못하지만 영일만 일대는
지금도 여전히 동해안 별미의 보교를 이루는 곳이다. 이를 증명해주기라도 하듯 영일만에서만 유독 그 진미를 맛볼 수 있는 또하나의 별미가 있다.
바로 '포항물회'다.

회는 회인데, 그냥 ‘회’가 아니라 ‘물회’다. ‘물에 말아먹는 회’라는 뜻이다. 갓 잡은 흰살생선을 잘게 썬 후 배와 상추, 쪽파, 마늘, 생강 등의 양념을 넣고 깨소금과 김 가루를 뿌린 다음, 고추장을 풀어 비빈 후에 냉수를 부어 마시는 음식이다. 물회가 동해안의 별미라는 사실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곳이 바로 포항이다. ‘포항물회’는 거의 고유명사처럼 쓰일 정도다. 말그대로 포항이 이 물회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다. 그 옛날 포항의 어부들이 포항 앞바다에서 풍어를 이룰 때, 끼니를 챙겨먹을 사이도 없어 바쁜 나머지 갓 잡아올린 생선살을 잘게 썬 다음 야채와 함께 고추장을 풀고 물을 부어 한 사발씩 후루룩 들이켰던 데서 유래한 음식이다. 정신없이 바빠 빨리 회를 목으로 넘겨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를 말아먹을 만큼 고기가 많이 잡혔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출어에 즈음에 간밤 늦게 까지 마신 술을 시원하게 해장하기 위한 음식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때문에 처음에는 어부들 사이에서만 유행했지만, 그 맛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있어 차차 가족들, 아이들까지 즐겨 먹게 되면서 포항 사람들이 즐겨먹는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포항물회에는 포항을 비롯한 영일만 일대의 풍요로운 어장의 상징이며 어부들의 삶이 녹아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엔 값비싸고 고급스런 음식으로 으뜸인 게 ‘회’이지만 물회는 그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서민적인 음식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사시사철 바다맛을 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다. 지금은 강원도나 제주도, 심지어 서해에서도 ‘물회’를 메뉴로 하는 식당이 있지만 물회 하면 역시 ‘포항물회’가 으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그 종류도 다양하고, 그 맛 또한 정통이라 할 수 있다.
회는 회인데 그냥 회가 아니라 물회다 물에말아먹는 회 라는 뜻이다.
갓 잡아 올린 생선살 잘게 썰고 고추장 풀어 '후루룩'

갓 잡아 올린 생선살 잘게 썰고 고추장 풀어 '후루룩'
오대양 물회식당
그런데 갓 잡은 싱싱한 생선살의 부드러운 속살을 씹으면서 혀에 감겨드는 감칠맛을 느끼는 게 ‘회’라면 물에 만 회는 과연 무슨 맛일까? 회 맛에 길들여진 사람조차 고개가 갸우뚱해질 법 하다.

“회는 씹는 맛에 묵고, 물회는 살살 녹우면서
술술 넘어가는 맛에 묵는다카이.”


포항 시내에서 20년 넘게 ‘오대양 믈회식당’을 운영하는 박상규 씨는 물회야말로 ‘바다사나이’의 맛이라고 한껏 물회 예찬을 늘어놓는다. 박상규 씨 집은 포항에서 5대째 어부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박상규씨 역시 젋어서는 배를 타고 전세계 항구를 누빈 마도로스였다. 그런 탓에 그는 포항 물회의 진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물회는 회 뜨는 거부터 다르다. 꼭 흰살생선을 써서
잘게 썰어야 돼. 그래야 목에 술술 넘어가거든.
옛날에 어부들이 배 위에서 오징어 잡고,
도다리 잡고 하다보면 억수로 정신없는데, 바람은 불지,
배는 흔들리지 그냥 생선을 물에 말아 훌훌 목으로
넘어가게 먹던 게 바로 물회다.”

오대양 물회식당

마도로스답게 바다 이야기라면 유난히 입심이 좋아지는 오대양 물회 식당 주인 박상규 씨는 고조 할아버지 때부터 먹던 물회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 맛이 너무 개운하고 좋은 나머지 집안 어른들은 태풍이 와서 출어를 쉬는 날엔 집에서 멸치라도 썰어 물회를 해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젊어서는 배를 타고 세상을 두루 돌아다녔지만 고향에 돌아와 결국 물회 식당을 연 것도 어려서부터 뼈속까지 인에 박힌 그 바다 맛을 잊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물회는 일반 회와 다른 점이 많다. 우선 횟감으로는 활어를 써야 하고, 흰살생선만을 써야 한다. 특히 회를 칠 때 채를 치듯 곱고 잘게 썰어야 제격이다. 그래야 박상규 씨 말대로 목에서 살살 녹으면서 술술 넘어간다. 포항물회는 그 종류도 다른 지역보다 다양하다. 다른 지역은 오징어나 한치, 혹은 돔으로 한정돼 있지만 포항물회는 도다리, 광어, 우럭, 놀래미, 전어, 꽁치, 해삼, 전복 등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물회 맛을 즐길 수 있다. 물회 맛의 또 다른 비밀은 바로 양념에 있다. 맛좋은 배와 싱싱한 야채를 넣고 손수 담근 고추장으로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볶은 고추장 양념을 만들어 비벼먹는다.
오대양 물회식당 실내
오대양 물회식당 실내
식성에 따라 그 상태로 그냥 먹어도 일품이지만, ‘물회’의 진미는 역시 물을 적당히 넣고 생선과 양념이 서서히 물에 스며드는 동안 후루룩 시원하게 목으로 넘기는데 묘미가 있다. 보드라운 생선살과 새콤한 양념이 한데 어우러져 시원하게 목으로 넘어가는 맛이 감칠맛이 돌면서도 깔끔하다. 요즘은 사람들의 식성에 맞게 물대신 얼음을 살짝 얼린 육수를 사용하기도 한다. 흰살생선이 함유한 풍부한 단백질과 함께 미각을 만족시켜주는 시원한 맛 때문에 물회는 스트레스에 지친 몸과 숙취를 푸는 데 더없이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물회는 ‘생선냉국’ 혹은 ‘술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즘도 물회를 먹고 속을 풀기 위해 일찍 식당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박상규씨는 아침 7시에 식당 문을 열러 나가면 이미 와서 기다리는 손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 맛좋은 여러가지 재료와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볶은 고추장 양념을 만들어 비벼먹는다. ]

맛좋은 여러가지 재료와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볶은 고추장 양념을 만들어 비벼먹는다

속풀이에 제격인 물회, 생선냉국, 술국이라 부르기도
죽도어시장 입구
죽도어시장 입구
  1. ▲ 죽도어시장 입구
  2. ▶ 죽도어시장 내부
죽도어시장 내부
포항물회의 원조하면 포항시 북쪽에 위치한 ‘죽도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대구· 경북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는 죽도시장은 인근 타 지역에서도 가장 싱싱한 수산물을 얻기 위에 찾아 올만큼 어시장으로 명성이 높다. 해방 전후 때부터 형성돼 포항 어부들의 삶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이야말로 포항물회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도 어시장의 어느 골목을 가나 물회를 메뉴로 내건 식당들이 즐비하고 자연산 활어를 이용한 포항물회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죽도어시장 상인회 회장을 맡아보면서 15년째 직접 영광 물회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박세영 씨는 자연산 활어의 싱싱한 맛과 비법으로 만든 고추장 양념, 두 가지가 물회 맛의 비결이라고 하면서, 포항에 왔다면 과메기와 함께 반드시 물회를 먹어봐야 포항의 맛을 안다고 했다.
포항물회의 장점은 사계절 어느 때나 별미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시원하고 상쾌한 맛에 여름철 별식으로도 좋지만, 미식가라면 겨울 물회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물회가 대중화 되면서 요즘엔 물회식당 어디서나 밑반찬을 곁들인 따근한 밥과 국이 따라나온다. 차가운 물회에 뜨끈뜨끈한 밥을 말면 밥알이 유난히 오돌오돌해져서 씹는 맛이 유별나고 좋다. 여기에 생선뼈를 넣고 곰국처럼 푹 고아낸 뜨끈한 생선국이 곁들여져 속까지 후련해지는 깊은 맛과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사시사철 영일만 바다사나이들의 입맛을 당기고 원기를 더해주어 풍어를 불러왔던 포항물회! 그 행복한 맛이 오늘날엔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주변볼거리중 하나인 호미곳 해맞이 광장
주변볼거리중 하나인 호미곳 해맞이 광장
주변볼거리중 하나인 호미곳 해맞이 광장
[여행팁]

▶ 추천식당
포항시 북구 대신동, 북부시장 가 도로변에 자리한 오대양 물회식당은 물회 맛을 잘 아는 포항 현지인들이 찾는 식당으로 물회 가격은 11,000원, 특히 밑반찬으로 곁들여 나오는 밥식해(밥, 홀떼기, 마늘, 생강, 고춧가루, 설탕 등을 넣고 버무려 4-5일간 삭힌 음식)가 별미다. (054) 244-7164
죽도시장 내에는 영광회식당, (054) 247-0180 외 수많은 식당에서 포항물회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 가는길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북대구를 지나 도동분기점에서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갈아탄다. 포항나들목까지 50분 소요. 포항 나들목을 빠져나온 후, 31번 국도를 타고 포항 사내로 들어간다. 시청 표지판을 보고 가다보면 선린병원 근처 도로 변에 오대양 물회식당이 있고 거기서 포항역 쪽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죽도시장이 나온다.

▶ 주변 볼거리
죽도시장, 포스코 역사 박물관, 925번 구룡반도 일주 드라이브코스, 호미곶 해맞이 광장, 등대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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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골의 퓨전 향토음식, 안동찜닭 예로부터 '양반골'로 불렸던 안동은 유교문화와 전통에 대한 뿌리의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안동 지방의 음식에는 강한 지역색과 전통이 남아있는 것이 많다. 안동소주, 풍산김치, 안동식혜, 안동간고등어 등이 그 대표적인 음식들이다. 모두 안동 지방만의 특색과 고유의 비법을 간직한 '안동'표 향토 음식들이라 할수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안동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향토음식이 있다면
뭐니뭐니 해도 '안동찜닭'이 아닐까?
우선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누구나 좋아하는 재료인 ‘닭’ 요리인데다 매콤달콤한 그 맛은 누구의 입맛에나 즐거움을 선사할 만큼 대중적이라고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요즘엔 안동이 아닌 전국 어디엘 가도 ‘안동찜닭’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조리법이 비교적 쉽고 간편한 것도 대중적으로 널리 유행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쯤 되면 구태여 ‘안동’의 찜닭일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무엇보다도 안동찜닭은 보수적이고 전통색이 강해 보이는 양반골의 다른 향토음식과는 왠지 이미지가 다르다. 우선 형식부터가 닭과 온갖 재료들을 뒤섞어 만든 일종의 퓨전 요리이고, 위아래, 너나 할 것 없이 큰 접시를 사이에 두고 여럿이 한데 어울려 먹을 수 있는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안동찜닭은 누가 뭐라 해도 안동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국 어디서나 프라이드치킨이 유행하고 양념통닭이 활개를 쳐도 찜닭은 여전히 ‘안동찜닭’이라는 고유명사에 실려 전국 식당을 누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안동찜닭이 안동에서 유래한 탓일 게다. 안동시내에 자리잡은 안동 구시장이 바로 원조 안동찜닭의 본거지이다.
 찜닭시장 골목,안동찜닭

프라이드 치킨, 양념통닭이 활개쳐도 꿋꿋한 안동찜닭


안동구시장 초입은 ‘닭골목’이라 불린다. 지금은 말끔하게 새 단장을 해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초입부터 쭉 늘어선 닭요리집들이 안동찜닭의 명성을 말해주는 듯 하다.
본래 향토음식이란 물산의 교류가 원활치 않았던 그 옛날, 지역의 특산물 위주로 음식을 해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고유한 음식문화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안동찜닭은 엄밀히 말해 향토음식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동찜닭엔 분명 안동 서민들의 삶과 먹거리 내력이 숨어 있다.
안동은 예로부터 지리적 특성상, 전국의 물산이 몰려드는 중간 집성지였는데, 특히 전국의 소들이 이곳에 몰려들어 가장 큰 우시장을 형성했다. 그러다보니 전국적으로 몰려드는 상인들이며 외지인들이 많아 안동시장은 늘 성황을 이루었다. 안동찜닭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안동구시장의 경기가 한창 좋을 때 닭골목에 닭요리를 먹기 위해 몰려들던 단골 손님들이 닭도리탕에 이것저것 재료를 넣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하나둘 재료가 더해져 지금의 안동찜닭으로 변모했다. 안동구시장 상인들 뿐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든 상인들에게도 오랜 여정에 허기진 배를 채우고 영양분도 보충할 겸, 고단백 영양소가 듬뿍 든 영양식으로 안동찜닭은 더없이 안성맞춤인 음식이 아니었을까?
어찌됐든 그 후로 안동찜닭은 안동 서민들이 즐겨찾는 특별식이 되었다. 특히 안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서울 학생들이 프라이드 치킨 맛에 흠뻑 빠져들던 시절에 친구들과 틈틈이 돈을 추렴해 우르르 안동찜닭을 먹으러 다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김대감집 식당외부·내부사진

“찜닭은 첫째, 신선한 닭고기를 써야 하고, 그 양념이 맛있어야 하는데, 안동찜닭은 신선한 닭으 기름기를 쪽 빼고 적당히 익혀서 고온에서 빨리 조리하기 때문에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살코기 맛도 아주 좋다고들 해요.”

안동구시장에서 20년 넘게 찜닭 요리집을 하는 ‘안동 김대감 찜닭집’ 주방 아주머니는 묻지도 않았는데 은근슬쩍 안동찜닭 자랑을 늘어놓는다. 안동찜닭이 단지 원조라서 유명한 게 아니라 그 맛이 제일이기 때문이라는 소리다.
사실, 안동찜닭은 특별한 조리법이 있는 건 아니다. 알맞은 크기로 토막을 내 고온에서 삶아낸 닭에 감자, 당근, 양퍄, 표고버섯 등을 큼지막하게 썰어 넣고, 청양고추와 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을 넣어 조리하다가 마지막으로 불린 당면을 듬뿍 넣어 익혀내는 음식으로 닭고기의 맛과 매콤한 양념의 조화를 혀끝에서 즐기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레시피다.
하지만 안동찜닭이 특별히 다른 지역에 비해 ‘원조’의 깊은 맛을 줄 수 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전해진다.
“안동은 전통적으로 찜요리가 발달했어요. 잉어찜, 매기찜, 찜닭 등. 이 찜 요리란 것이 탕이나 볶음과 달리 물을 별로 쓰지 않고 쪄내야 하는 기술인데 이게 제대로 돼야 맛을 살릴 수 있거든요. 아마도 안동지역이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양반들의 고장이다 보니 음식도 가공해서 맛을 좋게 하기 위한 조리법을 많이 연구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찜요리가 발달하지 않았을까...”
안동의 민속을 연구하는 한 연구자는 안동지방의 문화적 성숙도가 바로 차원높은 조리법의 하나인 찜요리를 발달시키는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자기 고장에 대한 자부심이 배인 소견이긴 하지만 기름기 없이 담백하고 쫄깃졸낏한 닭고기 맛의 비결은 분명 적당한 온도에서 제대로 익혀내는 찜요리 기술에서 나온 것이리라.
하지만 혀끝에서부터 받아들여지는 첫 맛과 뒤에 남는 뒷맛까지, 미각을 자극하는 요인은 다름 아닌 양념장, 즉 소스의 맛이다. 안동찜닭에는 소스의 종류만 해도 수없이 많은데, 다른 지역에서는 안동찜닭의 맛을 흉내는 내지만 어떤 것도 안동찜닭 정통의 맛을 내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소스를 만드는 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시장 사람들은 말한다.
김대감집 찜닭


찜요리 발달한 안동, 잉어찜, 매기찜...김대감집 "찜닭"까지

안동찜닭의 맛을 내는데 빠질 수 없는 주 양념 재료는 청양고추다. 고춧가루를 절대 넣지 않고 오직 청량고추에 간장 등을 섞어 매콤한 맛을 내는 것이 안동찜닭의 특징이다. 또한 고온에서 빠르게 조리하는 것도 안동찜닭의 맛을 내는 비법의 하나다.

안동찜닭은 청량고추의 톡 쏘는 맛에 매콤하면서도 뒤에 남는 맛은 달콤하다. 기름기가 없어 담백한 닭고기 맛과 먹기 좋게 익은 야채, 부드럽게 넘어가는 당면이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 속에 한데 어우러져 혀에 감기는 맛이 양껏 먹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든다.
특히 안동찜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재료와 양념을 풍부하게 쓰고 당면을 듬뿍 넣어 푸짐하게 차려내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보통 한 접시를 두고 여러 사람이 둘러 앉아 먹는데, 한 접시에 1,8000원으로 네 명이 둘러앉아 먹고도 남는 경우가 있어 집에 싸 가지고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덕분에 예나 지금이나 안동찜닭은 학생들이나 젊은 샐러리맨들 사이에서 값싸고 맛좋은 영양보충식으로 인기가 좋다. 하지만 그 맛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의 입맛에나 맞아 가족 단위로 하는 외식의 주 메뉴로도 각광받고 있다.
사시사철 어느 때나 줄길 수 있는 음식이지만 추운 겨울, 가까운 사람들과 둘러앉아 매운 청양고추 맛에 입안에 바람을 불어 넣어가며 안동찜닭을 먹어보면 어떨까? 매콤한 맛에 한번 울고, 정감어린 얼굴에 한번 웃고. 마치 하회탈처럼 재밌는 표정을 짓게 되지 않을까?
[여행팁]

▶ 추천식당
안동구시장 닭골목 집 어느 곳에나 안동찜닭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20년 넘게 찜닭요리를 하는 ‘안동김대감 찜닭집’(054)853-0449, ‘안동대가찜닭’(054)856-7888‘, ‘종손찜닭’(054)843-9989 등이 대표적이다. 찜닭 한 접시 가격은 18,000 원으로 4인분 정도가 충분히 먹을 양이 나오고 그 외 튀긴 닭에 마늘과 고추를 듬뿍 얹은 마늘 닭과 후라이드가 각각 12,000 원이다.

▶ 가는길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서안동 IC로 빠져나와 하회마을로 가는 길(좌회전) 반대방향의 도로를 타고 표지판을 따라 시내로 들어선다. 열차편은 청량리 역에 있고 버스는 동서울 터미널 역에서 출발한다.

▶ 주변 볼거리
안동민속박물관, 영호루, 안동공예문화 전시관, 고산 서원, 의성김씨 종택, 무릉유원지, 하회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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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까지 꽉 들어찬 주꾸미 소라방에서 건져 올린 봄-충남서천 싱그러운 봄을 눈으로만 느낀다면 이 얼마나 서운한 일인가
물론 눈맛도 중요하지만 겨우내 축 처졌던 입맛을 잡는 것이 급선무다.
이럴 떈 제철 제 땅에서 난 먹을거리가 최고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고 하지 않앗던가.
지금 서천 앞바다는 주꾸미가 한창이다.
몸통에 여덟 개의 다리가 달린 것이 꼭 낙지와 비슷하지만 가끔 요녀석들을 볼 때면 참 야무지다는 생각이 든다. 기다란 다리와 통통한 몸을 가진 낙지에 비하면 한 젓가락도 안 되어 보이지만 이맘때의 주꾸미 맛을 보고 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봄철이 산란기인 까닭에 알이 꽉 들어찬 주꾸미를 한입에 쏙 넣으면 그 고소함에 잘도 넘어간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을 괜히 하겠는가. 어찌됐건 오랜 세월 인정받아온 맛이고 또 이왕 먹을 거라면 조금이라도 맛이 들었을 때 먹는 게 현명한 방법. 계절마다 어디는 뭐가 맛있네, 뭐가 유명하네 하는 말이 들리지만 주꾸미만큼은 충남 서천 일대라는 데 입을 모은다. 그중에서도 홍원항과 마량리 일대가 대표적이다. 몇 년 전 시작한 ‘주꾸미축제’가 호응을 얻으면서 유명해진 결과지만 실제 서천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2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주꾸미를 잡는다고 해도 될 정도로 주꾸미가 풍년이다.
갓 잡아올린 싱싱한 주꾸미
갓 잡아올린 싱싱한 주꾸미

전통방식인 소라방으로 조업


어선에서 소라방 거두기
소라방 속 주꾸미
어선에서 소라방 거두기
소라방 속 주꾸미

주꾸미는 연중 잡히긴 하지만 날이 슬슬 풀리기 시작하는 봄철, 산란을 앞두고 가장 맛이 좋다. 2월 중순부터 어민들은 바다에 소라방을 띄우기 시작해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5월 중순까지 작업을 한다. 3월 초에 찾은 홍원항은 주꾸미철이 찾아왔음을 실감케 한다. 작은 어선들 대부분이 주꾸미를 실어 오기가 무섭게 바구니에 옮겨 담아 위판장으로 향한다. 조금이라도 더 싱싱할 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 작업을 나가면 평균 4~5시간 정도 머물다 오고 대략 5km 정도 떨어진 어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30분은 족히 걸린다. 큰 배들이야 그물로 이놈저놈 다 잡아 올리지만 작은 배는 아직까지 전통방식인 소라를 이용해 주꾸미를 잡는다. “제 집인 줄 알고 자꾸 들어가는 거야. 소라 꾸러미를 던져놓고 사나흘 있다 가면 그 안에 쭈께미(주꾸미)가 들어앉아 있고 그래.” 예전이나 지금이나 많이 잡히냐고 물으니 옛날만 못하단다. 그나마 주꾸미축제가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이 찾아오니 괜찮은 편이라고. 밤에 주로 활동하는 주꾸미는 바위굴이나 바위틈에 있는 조개껍질 등에 산란을 하는 습성이 있어 어부들이 이를 이용하는 것. 커다란 고둥이나 소라 껍질을 이어 만들어 바다에 넣은 뒤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를 ‘소라방’이라고 한다. 한 묶음에 소라껍질이 80개씩 달려 있고 한 번에 2000개에서 많게는 1만 개씩 바다에 던져놓는단다. 이때 저마다 다른 색깔의 깃발로 영역 표시를 해놓고 며칠 뒤 소라방을 끌어올려 그 안에 있는 주꾸미만 꺼낸 뒤 다시 물속에 넣어두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미끼는 필요 없고 알맞은 크기의 소라만 있으면 된단다. “글쎄 요새같이 바람이 많이 불면 매일은 못 나가지. 한 번 나가면 네다섯 시간은 있다 오는데 바람이 세면 견딜 수가 있어야지.” 한 번에 10시간 넘게 조업을 하는 큰 배라면 모를까 작은 어선들은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다. 왕복 1시간이 넘는 거린데 기름값은 빠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살짝 데쳐 야채와 무쳐낸 주꾸미 
   무침.
살짝 데쳐 야채와 무쳐낸 주꾸미 
   무침.
  1. ▲ 살짝 데쳐 야채와 무쳐낸 주꾸미
    무침.
  2. ▶ 마량포구의 한가로운 풍경
마량포구의 한가로운 풍경

타우린과 철분 풍부한 봄철 영양식


홍원항에 수협위판장이 있어 주변엔 자연스럽게 어시장과 횟집이 늘어서 있다. 중매인에게 주꾸미를 팔면 상인들이 와서 사가는데 그날의 시세보다 그리 높게 올려 받지는 않는다. 그날 시세가 1kg 기준으로 1만2000원 선이면 소비자들은 1만5000원 선에 살 수 있다. 단, 상거래 정착을 위해 일반인들은 어민들로부터 직접 주꾸미를 살 수 없다.
주꾸미는 낙지보다 성질이 급하다. 그래서 조금만 공격을 받는다 싶으면 여지없이 먹물을 쏘아대는데 그래도 그게 다 약이란다. 보기엔 좀 그렇지만 오히려 음식 맛을 더 고소하게 해주고 그 자체에 좋은 성분이 많으니 일부러 먹물을 제거할 필요는 없다. 또 “밀가루나 소금 넣고 박박 씻으라는 사람도 있는데 여기 서천 앞바다서 잡은 건 깨끗해. 그냥 발만 조금 씻으면 돼야. 너무 오래 끓이지는 말고~, 오그라들어서 먹을 거 없어지니께” 미우수산 사장님의 설명이다.
주꾸미와 낙지는 같은 문어과에 속하지만 낙지가 얕은 바다 돌 틈이나 진흙 속에 굴을 파고 사는 반면, 주꾸미는 수심 10m 내외의 바다에 서식하는 것이 특징. 외관상 크기가 낙지의 1/3 정도 수준으로 그야말로 한입 거리다. 샤브샤브나 무침, 볶음으로 먹을 수 있어 먹는 방법도 낙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살짝 데쳐 식힌 뒤 고춧가루와 고추장, 미나리, 오이 등을 넣고 매콤달콤하게 무치면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물일 때 요리해야 제 맛을 잃지 않는다.
주꾸미가 가진 영양가를 살펴보면 타우린은 간 해독과 콜레스테롤 수치 강하에 효과적이고 DHA는 뇌 기능을 활성화시켜준다는 보고가 있다. 또 철분이 풍부해 빈혈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은 주꾸미를 두고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담석 용해, 간장 해독 기능을 강화해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 이상 낙지와 문어의 대용이 아닌 봄철을 대표하는 별미이자 건강식으로 사랑받는 주꾸미. 알이 꽉 찬 주꾸미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일찌감치 봄맞이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info [여행팁]

동백꽃주꾸미축제

3월 22일부터 4월 6일까지 마량리 동백나무숲 주변에서 제8회 동백꽃주꾸미축제가 열린다. 동백나무숲 매표소 주차장에는 주꾸미 요리 축제장이 마련되어 주민들이 이곳에서 잡은 주꾸미를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선보인다. 행사기간 중에는 조개잡이 체험, 저녁 노을 감상 등과 같은 부대행사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 문의
서천군청 문화관광과 041-950-4019
▶ 가는길
서해안고속국도 춘장대IC → 비인면 → 비인삼거리 → 607번 지방도 → 홍원항과 마량포구, 동백정 표지판 보임
※ 홍원항 일대에는 횟감만 사면 식당에서 자릿세를 받고 음식을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 주꾸미 1kg 기준으로 2인이 1만1000원을 내면 샤브샤브나 무침 등을 먹을 수 있다. 하나네회센터 041-952-0054
※ 마량포구 가는 길에는 식당이 몇 군데 있다. 지난해와 다름없이 샤브샤브나 무침, 볶음 모두 각각 3만원씩이며, 2~3인이 먹을 수 있다. 해돋이회센터 041-951-9803

동백정

서천을 대표하는 일몰 포인트다. 바로 뒤에 화력발전소가 있어 분위기가 다소 떨어지지만 동백정 앞으로 펼쳐진 시원한 바다를 보며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동백정 주변에 수령 500년이 넘은 동백나무숲이 조성되어 있다

서천해양박물관

서천군에서 조성한 해양전문박물관이다. 패류, 산호류, 화서류 등 15만 점의 전시물을 비롯해 입체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2층은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다.
관람시간09:00~18:00, 연중무휴 관람료 어른 4000원,어린이 2500원
▶ 문의 041-952-0020 www.scmm.co.kr
-자료제공 : 여행스케치(www.ktsket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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